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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계 줄기세포은행 10월에 세운다

Posted June. 08, 2005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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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후반기쯤 전체 2막 중 1막이 끝나면 국민이 중간 박수를 쳐줄 것이라고 본다.

황우석(사진) 서울대 석좌교수는 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34회 관훈토론회에서 연구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실패담, 복제인간의 가능성, 윤리 문제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근 미국과 영국의 연구팀이 공동으로 한국에 줄기세포은행(World Stem Cell Bank)을 만들자고 제안해 왔다며 오명()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등 정부 고위층과 협의한 결과 이르면 올해 10월경 설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미영 연구팀은 자국에서 확보한 줄기세포를 이 은행에 기탁하겠다고 밝혔다며 줄기세포를 이용한 21세기 난치병 치료의 총본산은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는 7일 관훈클럽 주최로 열린 조찬토론회에서 특유의 문학적 비유와 구수한 언변으로 10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을 2시간 내내 사로잡았다.

황 교수팀에 대한 세간의 가장 큰 관심은 언제쯤 줄기세포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느냐에 집중돼 있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2막 중 1막이 내년 하반기에 끝난다고 했지만 1막의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실용화 시기가 언제인지는 전망하지 않았다.

1957년 국내 언론인들이 설립한 관훈클럽이 정•재계 저명인사를 초청해 토론하는 관훈토론회에 과학자가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 교수팀이 추출한 줄기세포의 실용화 시기를 마라톤에 비유해 설명해 달라.

이 얘기는 실제 마라톤중계와 다르다. 자칫하면 전 세계 난치병 환자들에게 잘못된 희망을 줄 수 있고 외국 경쟁자들에게 중요한 정보가 누출될 수도 있어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지난해 줄기세포를 처음 배양한 것을 마라톤의 20km 지점, 줄기세포를 원하는 방향으로 분화시키는 연구는 25km, 치료과정 표준화는 30km 지점으로 비유할 수 있다. 이후 실험이 충분히 재연되고 메커니즘이 정확히 밝혀지면 결승점에 이를 것이다.

국제 공동연구를 위해 좀더 과감하게 연합전선을 펼칠 생각은 없는가.

마침 어제 서울대병원에서 각계 전문가가 모여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 해외 연구팀의 장단점과 노하우를 철저히 분석해 국제 공동연구 전략을 구상 중이다. 전문가로 구성된 발전협의회를 발족시켜 1차 점검한 뒤 정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최근 천주교, 기독교 등 종교계에서 황 교수의 연구가 생명윤리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인간복제는 한마디로 난센스다. 비윤리적일 뿐 아니라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최소한 1세기 이내에 복제된 인간을 만날 기회는 없을 것이다. 종교계와 윤리계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한다. 모든 과학기술은 양면성이 있다. 윤리적 비판이 없는 생명공학은 브레이크가 장착되지 않은 자동차, 신호등 없는 거리로 비유할 수 있다. 과거는 물론 현재도 소중한 가르침으로 알고 더욱 조심하겠다.

지난해 5월 한국생명윤리학회가 공개토론을 제안했는데 응하지 않은 이유는.

두려워서 안 나간 게 아니다. 사회적 논쟁에 나가기보다 연구에 전념하는 과학도의 자세가 옳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 연구팀은 국민 앞에 떳떳하다.

이번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을 만하다는 얘기가 많은데.

노벨상은 목표가 아니다. 역사에 참 과학도였다고 한줄 기록되면 소중한 재산으로 남을 것이다. 대신 에피소드를 한 가지 들려주고 싶다. 지난해 2월 첫 번째 줄기세포 연구 성과를 발표하기 전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실험실을 방문했다. 당시 이 연구 성과는 아무도 모르는 극비사항이었다. 노 대통령은 설명을 듣고 연구팀에 어떤 지원을 해주면 좋겠는지 의견을 달라고 말했다. 나는 대통령 임기 중에 결과가 안나올지도 모르는 장거리 경주 같은 것이어서 대신 다른 팀에 지원해 달라고 답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20, 30년 후 과학을 이해하고 지원을 시작한 대통령으로 기록된다면 다른 무엇보다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지원에 감사할 따름이며 노벨상은 후학들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험 도중 자살 충동을 느낄 정도로 좌절한 적이 있었다는데.

2003년 정전사고로 천신만고 끝에 얻은 복제배아 줄기세포가 대부분 죽고 두 집단(콜로니)만 살아남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밤늦게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아침 이들마저 죽는다면 더 살고 싶지 않으니 영안실 하나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 다행히도 다음날 남은 줄기세포가 왕성하게 잘 자랐다.

보안을 많이 강조하다 보면 과학연구에 국경을 두는 국수주의가 되지 않겠는가.

과학에는 국경이 없다. 하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필요하다. 과학은 인류 복지를 위해 나가는 희망과 꿈의 열차다. 하지만 인류가 그 고마움을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싶어 보안을 강조하는 것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 줄기세포를 인류에게 나눠줄 수 있다면 가슴 뿌듯한 일이 될 것이다.



김훈기 wolf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