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의 물을 갈 때는 전체를 한꺼번에 바꾸지 않는다는 게 상식이다. 적당하게 박테리아가 살아있는 물이어야 물고기가 살기 쾌적하기 때문이다. 수돗물은 하루쯤 놔 둬 소독약 성분이 날아간 뒤에 써야 한다. 반면 가습기의 물을 갈 때는 물통 속까지 깨끗이 닦은 후 새 물을 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새 물을 담아도 더러운 습기를 내뿜는다. 여행지에서 물을 갈아 마시면 배탈이 나기도 하는데 이건 적응이 덜된 탓이다. 현지인들이 멀쩡한 것은 몸에 항체가 있기 때문이다. 물도 신토불이()다.
조직을 운영하는 데도 물갈이는 중요하다.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서는 기존 직원의 역할이, 조직의 활력을 위해서는 새 사람이 필요하다. 그 둘 사이의 적절한 배합에서 조직의 효율이 결정된다. 선수 교체는 팀플레이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 포인트다. 벤치에서 힘을 비축한 선수가 제때 투입돼 팀 전체를 살린 예를 우리는 알고 있다. 전쟁터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원병의 규모나 지원 시기를 잘못 계산하면 전투도, 전쟁도 망하고 만다.
총선을 전후해 언론에 자주 등장한 단어가 물갈이다. 오죽하면 물갈이총선연대라는 단체가 생기고 대장금 노래인 오나라를 개사한 물갈이송이 다 나왔을까. 바꿔라 바꿔라 다 바꿔라/부패한 정치인 다 바꿔라/이번이 아니면 못 바꾸니/무능한 정치인 바꿔보세로 나가는 물갈이송 덕분인지 299명 중에서 187명이 초선의원으로 구성됐다. 그중 신생 정당 소속 의원 수가 가장 많다. 이만하면 가히 물갈이다.
원래 있던 물보다 새 물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에서 유권자의 뜻을 읽을 수 있다. 그 정도의 비율이면 아무리 더러운 물도 2 대 1로 희석할 수 있는 분량이다. 그러나 있던 물의 3분의 1 정도는 그냥 놔둔 걸 보면 급격하게 변한 환경 속에서 국민이 갈팡질팡하지 않도록 배려한 것 같다. 단호함과 세심함이 절묘하게 섞인 민심이다. 문제는 새 물의 수질()이다. 새 것은 확실한데, 먹어서 탈이 나지 않을지는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라크 파병에서 탄핵문제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산적한 현안들이 곧 이에 대한 해답을 줄 것 같다.
박 성 희 객원논설위원이화여대 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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