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바람을 탄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은 인기몰이에 유용한 호재()를 찾아 헤맨다. 1997년 대선 이후 북풍()과 세풍() 사건이 검찰에 적발돼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북풍은 안기부가 김대중 후보의 낙선을 위해 조직한 공작정치였고, 세풍은 국세청을 창구로 대선자금을 모금한 당시 여당의 비리였다.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후보가 일으킨 황풍()이 대세를 가름했다. 올해 총선에는 탄핵 역풍, 즉 탄풍()이 휩쓸고 있다. 탄풍에 올라탄 소수 여당은 이게 웬일인가 싶을 텐데, 아직 총선이 18일이나 남았으므로 불안하긴 야당이나 마찬가지다.
선거 특수를 맞아 나 홀로 호황을 누리는 여론조사기관들은 요즘 조금 색다른 고민에 빠져 있다. 아무리 정밀하게 조사를 해도 과거 총선 패턴과는 너무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선거는 접전을 벌여야 제 맛인데 특정 정당의 압승, 그것도 격차가 매우 커서 뒤집기가 불가능해 보이는 대승()이 여론조사 때마다 나오는 결과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는 게 20년을 여론조사에 바친 어느 전문가의 고백이다. 이런 극단적 쏠림현상이 표심으로 나타날 것인가는 더욱 아리송하다.
제헌국회 이래 현재까지 16번의 총선에서 다수당의 득표율이 40%를 넘은 적은 딱 네 번 있었다. 1973년 이후에는 다수당 득표율은 줄곧 40%를 밑돌았다. 이것은 3당 경쟁체제에서 특정 정당이 아무리 싹쓸이를 한다고 해도 40% 득표율을 넘기기는 여간해서 힘들다는 말이다. 그런데 탄풍이 가라앉지 않는 한 17대 총선에서는 아무래도 이 불문율이 깨질 것 같다.
40% 마지노선이 깨질 것인가의 여부는 탄풍을 누그러뜨릴 맞바람이 과연 불 것인가에 달려 있다. 한나라당은 천막당사로 이전해 열린우리당의 동냥 바람 전략에 합류했는데,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어서 박근혜 대표의 취임이 신풍()이라도 일으켜 주기를 목이 타게 고대하고 있는 판이다. 반면 여당은 탄풍 불씨를 계속 지펴야 할 상황이다. 총선 정국에서 하루는 여삼추()이므로, 남은 18일 동안 무슨 바람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송 호 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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