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조영남과 한강의 작가 정신

Posted May. 19, 2016 07:59   

Updated May. 19, 2016 08:26

中文

 화장기 없는 맨얼굴에 수수한 차림으로 시상대에 선 소설가 한강(46)을 보며 내면에 침잠해 있는 작가 정신이 느껴졌다. “오늘이 가장 기쁜 날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더 기쁜 날도 있었다. 행복이란 아주 개인적인 것”이라고 답했다. “상은 금방 잊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계속 쓸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수행자의 말처럼 들렸다. 진정한 예술가의 길은 수행정진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강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불편하고 어렵더라도 삶에 대한 질문들을 나눠 갖기 위해서”라고 했다. ‘삶’의 복잡한 행로에서 잠시 멈춰서 본질을 성찰하는 것이 예술의 본령이다. 가수 조영남(71) 대작(代作) 의혹을 지켜보며 그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에 대해 알고 싶었다. 미술계 사람들은 “조수를 쓰는 건 미술계 관행”이란 조 씨의 해명에 더 분노하는 분위기이다. 40대 화가는 “관행이라면 90%가 그렇게 한다는 건데 어떤 화가가 그러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은 “스태프가 필요한 분야는 노동 집약적이고 반복적인 작업이 필요한 조각이나 설치, 미디어 아트 같은 장르”라며 “섬세한 붓질과 재료 해석이 생명인 회화에서 조수 운운하는 것은 화가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현대미술의 거장 앤디 워홀이나 데이미언 허스트의 협업에 빗대는 것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미술계 인사는 “워홀은 ‘복제’라는 수단을 통해 기존 예술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것이고 해골에 다이아몬드를 박는 허스트 작품 역시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며 “조수가 그린 화투짝 그림을 차용한 조 씨를 그들과 비교할 수는 없다”고 했다.

 ▷60대 소설가는 “돈도 많이 벌고 자유롭게 사는 것 같아 부러웠는데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억지를 내세우는 모습에 실망이 크다. 삶의 마무리를 생각할 일흔 넘은 나이에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공격당한 것 자체가 주변 사람 관리를 제대로 못 했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조 씨는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하는 것이 팬들에 대한 마지막 도리이리라.

허 문 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