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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로 지역주의 부활 수출한국, 설 땅 좁아진다

고유가로 지역주의 부활 수출한국, 설 땅 좁아진다

Posted June. 07, 200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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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등 자원가격 상승으로 세계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지역주의가 확산되고 반()세계화 색채도 강해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의 대부분을 교역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으로선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고유가가 서민만 힘들게 하는 게 아니라 세계 경제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강대국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동원해 개발도상국의 자원 확보에 나서는 상황도 천연자원이 부족한 한국에 큰 부담이다.

세계화에서 지역주의로 후퇴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는 고유가로 화물운송이나 보관과 관련한 비용 부담이 커져 먼 나라와의 교역 대신 가까운 나라와 거래하려는 지역주의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석유파동이 있었던 19731979년에도 이런 현상이 두드러져 이 기간 미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남미 국가와의 교역 비중을 종전보다 6% 가량 늘렸다.

이런 양상이 재연되면 한국처럼 수출과 수입으로 경제를 꾸려온 나라는 큰 충격을 받는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액을 나타내는 무역의존도가 2006년 71.54%로 1997년에 비해 17%포인트나 늘었다. 전형적인 개방경제다.

여기다 최근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반대하는 기류의 이면에는 배타적 보호주의가 자국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달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규모가 지난해 5월보다 5.4% 감소한 것은 미국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보호주의적 성향의 정책을 채택하면 한국의 수출 감소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유럽연합(EU)지역에 대한 수출규모는 지난달 17.6% 늘었지만 자동차, 반도체, 컴퓨터 등 주요 품목의 수출이 줄었다. 고유가에 따른 물류비 부담이 영향을 준 측면이 있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도 지금은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덕분에 수출이 늘고 있지만 고유가가 교역의 패러다임까지 바꾸는 상황이 되면 수출 호황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터가 돼버린 자원시장

최근의 고유가 추세는 자원외교란 용어를 자원전쟁으로 바꿔 놓았다.

강대국들이 자원 확보에 혈안이 되면서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에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 자원을 선점하는 신식민지주의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한국의 대우인터내셔널이 개발한 미얀마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가 한국이 아닌 중국으로 넘어가게 된 것도 이 같은 자원 전쟁의 결과. 한국 정부도 천연가스를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했지만 미얀마 항구를 개발하고 가스 수송관 건립사업을 미리 준비해온 중국을 당해내지 못했다.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시스템학부 교수는 한국 입장에선 강대국 뿐 아니라 자원을 가진 개발도상국과도 외교를 돈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원을 보유한 개도국에 배를 팔고 달러 대신 원유를 받는 식의 동반 성장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나라와 FTA 맺어야

이 같은 지역주의와 자원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무역장벽이 본격화하면 기업으로선 외국으로 사업을 넓히기 어려워져 성장이 힘들어진다.

중국은 이미 2006년부터 외국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하거나 철강 조선 등 주요 산업에 대한 인수합병을 금지하고 있어 더 이상 한국 기업에 이점이 있는 지역이 아니다.

특히 이미 투자를 한 국가가 외국기업에 배타적인 정책을 채택하면 기업으로선 예상치 못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가능한 많은 나라와의 FTA 체결 독창적 사업모델 구축 분쟁해결장치를 미리 수립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복재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략개발연구단 부단장은 한국은 무역 없이는 존립이 힘든 경제라며 FTA를 많은 나라와 체결해 석유제품을 대거 수출하면 원유가 상승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