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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괴담 지적 닷새 뒤에야 해명 나서

Posted May. 08, 2008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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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 및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괴담()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된 광우병 괴담은 지나치게 과장되고 왜곡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물론 국민의 먹을거리 안전에 관한 문제는 최대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둘러싼 우리 사회 일각의 반발과 유언비어 난무는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미국 쇠고기 논란을 이용해 정부에 대한 불신을 부채질하려는 사회 각계의 세력에 의해 광우병 괴담이 증폭되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이 좀더 신속하고 깔끔했더라면 이처럼 괴담이 확산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정부의 안이하고 미숙한 대응과 위기관리능력 부재()도 괴담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시킨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농림수산식품부-보건복지가족부 수수방관

지난달 18일 타결된 한미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이 광우병 논란으로 번진 결정적 계기는 4월 29일 MBC 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였다. 인간 광우병 논란과 관련해서는 의학계에서도 의견이 다소 엇갈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프로그램은 의학적으로 충분한 검증이 되지 않은 일부 논문을 토대로 미국 쇠고기=광우병 발병의 가능성을 과장되게 보도해 불안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 뒤 인터넷을 통해 각종 광우병 괴담이 빠른 속도로 유포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는 근거 있는 내용도 있었지만 과장 왜곡된 내용도 많았다.

그러나 정부는 어떤 대응도 하지 않고 수수방관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PD수첩의 내용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및 반론보도를 신청한 것은 이달 6일이었다. 중재위의 조정 결과는 뒤로 하더라도, 정부는 자신들이 명백히 잘못된 내용이라고 판단하는 보도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과 반박을 하지 않아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암묵적인 수긍을 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농식품부와 함께 광우병 문제의 또 다른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 및 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 역시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문제의 핵심은 광우병이 아니라 한미 쇠고기 협상 과정이라고 판단해 초기 대응을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광우병 괴담을 둘러싼 사회적 불안 움직임을 처음 지적한 것은 이달 1일 동아일보가 보도한 미국 쇠고기 괴담에 소비자 불안이란 제목의 기사였다. 정부는 이 보도에 이어 다음날인 2일 다른 주요 신문도 기사나 사설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난 뒤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부는 2일 1차 토론회에서 김용선 한림대 의대 학장의 논문은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취지의 논문이 아니다라고 뒤늦게 해명했지만 이때도 논문의 의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부족했다. 질병관리본부는 5일에 가서야 홈페이지에 김 학장의 논문 전문을 게재하면서 연구 결과가 방송에 의해 곡해됐다고 설명했다.

또 농식품부가 광우병에 관한 근거 없는 오해와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어 정확한 사실을 알린다며 인터넷 홈페이지에 광우병 괴담 10문10답이라는 글을 올린 것은 6일이었다. 미국산 쇠고기 사태를 둘러싼 정부의 졸속 대응을 보여주는 사례는 이 밖에도 적지 않다.

4일 긴급 당-정-청 회의를 마친 뒤 여당 관계자는 5일 농식품부에서 대책 발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농식품부에서는 4일 저녁까지도 발표 계획이 있는지, 발표할 내용이 무엇인지, 어떤 형식으로 발표할 것인지 전혀 결정되지 않았다며 어긋난 반응을 보였다. 농식품부는 5일 브리핑을 통해 검역관을 미국에 파견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교과부-문화부-청와대도 책임

교육 당국의 안이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초중고교생 사이에 5월 17일 휴교설 같은 유언비어가 떠도는 상황에서도 교육과학기술부는 사태가 확산된 지 한참 지난 7일에야 긴급 시도교육감 회의를 소집해 학생 장학 지도를 강화하고 광우병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겠다는 수준의 원론적인 대책을 내놓는데 그쳤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해 인터넷 괴담 등 논란이 불거질 때 제 역할을 거의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화부는 각 부처 대변인 회의 등을 통해 국정 현안에 대해 여론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대응책 등을 마련한다고 했으나 공염불에 불과했다.

청와대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른바 인터넷 괴담이 이렇게까지 빠르게 확산돼 큰 영향력을 발휘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솔직히 언론이 인터넷 괴담의 문제점을 보도하기 전까지 그 어떤 라인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제대로 된 보고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재수입의 주무부서인 경제수석실은 한우브랜드 대책과 사료값 폭등 대책에만 골몰했다. 여론동향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도 제 기능을 못했다는 비판이 청와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언론이 인터넷과 휴대전화 문자 괴담의 실태와 폐해를 집중 보도한 뒤 7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네이버, 야후, 다음, 파란, 엠파스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자체 블로그 푸른팔작지붕아래를 통해 광우병에 관한 블로그 청문회를 열어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누리꾼들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변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