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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엉터리 기준, 고무줄 통계로 선진국 꿈꾸나

[사설] 엉터리 기준, 고무줄 통계로 선진국 꿈꾸나

Posted April. 21, 200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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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이 관리하는 수준점()과 삼각점() 등 이른바 국가기준점이 오류투성이라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특정 지점의 해발()을 나타내는 수준점은 전국 6000여 곳에 표시 했었지만 그중 60%는 분실 상태이고 남은 것도 엉터리가 많다고 한다. 이 수준점에 따라 부산과 거제를 잇는 가거대교를 세우려 했더니 중간의 상판 높이가 1m나 어긋났다는 것이다. 아찔한 이야기다.

특정 장소의 위도와 경도를 적어 위치를 알려주는 삼각점도 틀린 게 많다. 지리정보원의 표기대로 계산하면 강원도 철원군 갈말면은 지중해에, 경기 이천시는 서해에, 전남 여수시 화정면은 적도()에 있다.

지리정보원은 1997년부터 위성항법시스템을 이용해 전국 2만2000곳의 삼각점과 수준점을 새로 측정하고 표기를 바로잡아 왔다는데, 그 결과가 이렇다니 그동안 국민 세금 297억 원이나 들여 무슨 수정 작업을 해 왔다는 말인가. 대규모 건설 사업이 잘못된 국가기준점 위에서 진행된다면 부실과 낭비를 피할 수 없다.

정부의 통계 오류도 빗나간 정책으로 이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주택보유 통계조차 건설교통부는 1252만 가구, 행정자치부는 1673만 가구, 한국은행은 1530만 가구라고 발표하는 나라다. 최대 421만 가구나 차이가 나는 통계를 편리한대로 끌어대 수립한 주택정책과 금융정책에 과연 정합성()과 적실성()이 있겠는가.

정부의 세수() 추계는 비슷하게나마 맞은 적이 없어 틀리는 게 정상처럼 돼버렸다. 비정규직 근로자 통계를 잘못 발표해 노동부 장관이 사죄를 하고, 행정자치부는 총인구의 상위 1%가 사유지의 51%를 차지하고 있다며 갓난아기까지 포함해 과장된 억지 통계를 냈다가 통계청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엉터리 국가기준점과 통계 오류의 쌍끌이로 가는 나라가 어디로 향할지, 정부가 미덥지 않고 불안하다. 나랏일을 정확한 기준과 정직한 통계에 바탕을 두어 꾸리지 않으면 선진국 진입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