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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맞은 부안 당산 돌오리상, 16년 만에 돌아왔다

도둑 맞은 부안 당산 돌오리상, 16년 만에 돌아왔다

Posted March. 06, 2019 08:13,   

Updated March. 06, 2019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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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부안군 부안읍 동중리의 동문안 마을 어귀에 가면 조선 중기부터 300년간 수호신 역할을 하던 당산(堂山·돌로 만든 솟대)이 인사를 건넨다. 높이 3m가 넘는 당산 위에는 원래 가로세로 59×29cm 크기의 ‘돌오리’상이 놓여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부안읍 주산인 성황산을 바라보는 돌오리상 앞에서 매년 정월 대보름에 ‘당산제’를 지내며 평안과 풍년을 기원했다.

 그러나 2003년 3월 돌오리상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누군가 훔쳐간 것으로 보였지만 확인할 길이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듬해 새로운 오리상을 올려놨지만 결국 2005년부터 당산제라는 마을 고유의 축제마저 사라지게 됐다.

 16년간 자취를 감췄던 ‘부안 동문안 당산’(국가민속문화재 제19호)의 돌오리상이 최근 고향으로 돌아오게 됐다. 문화재청은 돌오리상을 회수해 5일 동문안 마을에서 반환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최은령 문화재청 감정위원은 “당산과 오리의 조합은 매우 독특한데 돌오리상 회수는 전통문화 계승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돌오리상의 귀향은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의 끈질긴 수사 덕분이었다. 2015년 도난 사실을 신고 받은 사범단속반은 장물 매매업자와 석물을 취급하는 상인 등을 대상으로 돌오리상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그러다 지난달 초 신원을 알 수 없는 중년 남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충북 진천에서 청주로 넘어가는 언덕인 잣고개에 돌오리상이 있다”는 것. 사범단속반은 야산 한가운데 인공조형물인 호돌이 조각상이 놓여 있는 것을 수상히 여기고 수색한 끝에 돌오리상을 발견했다.

 한상진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장은 “수사망이 좁혀오자 절도범이 일부러 연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과 협조 수사를 진행해 범인을 꼭 검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원모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