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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최고위급 訪中, ‘비핵화 열차’ 탈선 계기 안 돼야

北최고위급 訪中, ‘비핵화 열차’ 탈선 계기 안 돼야

Posted March. 28, 2018 07:26,   

Updated March. 28, 2018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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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26일 열차 편으로 중국 베이징을 전격 방문했다. 이 인사는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인민대회당으로 이동해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와 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김정일이 이용하던 ‘1호 열차’가 움직였고 국가원수급 의전과 경호가 이뤄진 점으로 볼 때 김정은일 가능성이 높다. 외신들의 김정은 방중 보도도 이어졌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확인을 거부하고 있어 일각에선 김정은이 여동생 김여정을 특사로 보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최고위급의 중국 방문은 김정일이 2011년 5월 방중한 지 7년만이다. 4월 말 남북,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관계를 먼저 복원시킬 필요가 있다는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김정일도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먼저 방문해 장쩌민 주석과 만난 적이 있다. 북한은 최근 한반도 정세 변화의 배경을 시 주석에게 직접 설명하고 향후 중국의 지원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이 우리 대북 특사단에게 밝혔다는 비핵화 의지를 거듭 중국 측에 전달했을지 주목된다.

 김정은 집권 이후 소원했던 북-중 관계의 개선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중국은 그동안 북핵 해법으로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체결을 동시에 진행하자는 이른바 쌍궤병행(雙軌竝行)을 제시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리는 한반도 평화 구상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6·25전쟁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데는 참전국 중국의 참여 또는 보장 문제가 걸려 있는데다 궁극적으로 동북아시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데 중국이 빠지기 어렵다. 청와대가 “긍정적 신호로 본다”고 논평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한편으론 북한과 중국이 다른 셈법을 가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 북한이 곤경에 처할 때면 늘 중국을 도피처로 여기고 중국도 이를 빌미로 북한을 적당히 관리해온 북-중 관계의 떳떳치 못한 역사를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중국은 ‘차이나 패싱’ 우려에 다급하게 북한에 초청장을 보내고, 북한은 미국에 대한 외교적 시위로 초청에 응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의 외교안보라인에서 대화파가 사라지고 초강경 매파로 채워지고 있어 북한이 느끼는 압박감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니 과거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그런 은밀한 퇴행은 북한을 나락에 빠뜨리고 북-중 관계를 악화시키는 결과만 낳았을 뿐이다. 중국은 이번에도 방중 사실조차 확인해주지 않고 관련 소식에 대한 인터넷 통제까지 하며 ‘깜깜이 예우’ 관행을 되풀이했다. 은밀한 교류가 마치 끈끈한 관계를 증명해준다는 식의 낡은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이번 방중 이벤트가 불필요한 오해를 낳지 않도록 북-중 관계도 투명하고 정상적인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 아울러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거듭 확인해 되돌릴 수 없는 약속으로 만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