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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보다 뜨겁고 치열했던 정유년을 떠나보내며

어느 해보다 뜨겁고 치열했던 정유년을 떠나보내며

Posted December. 30, 2017 07:47,   

Updated December. 30, 201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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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의 끝자락에 섰다. 연말이면 습관처럼 들먹이는 ‘다사다난(多事多難)’과는 그야말로 ‘체급’이 다른 격동의 1년을 보냈다. 나라 밖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한국 사회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국정 혼란과 리더십 공백을 의연하고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안정을 회복했다. 그 험난한 세월, 혼돈의 어둠을 걷어내고 세밑을 맞이하는 것이 거의 기적처럼 느껴질 정도다.

 2017년 신년사설을 통해 본란은 이렇게 썼다. ‘국민은 한 줌의 정치인보다 위대했다. 탄핵의 헌법궤도를 비켜 가려던 정치권을 돌려세운 것도 촛불이었다. 수백만 명이 거리에 나섰음에도 연행자 한 명 없고, 유리창 한 장 깨뜨리지 않은 주인의식으로 무장한 한 사람, 한 사람은 소리 없이 외치고 있었다. “나는 대한민국이다.”’

 온 국민이 그렇게 한 마음이 되어 좌절의 나락에서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운 2017년이었다. 그러나 이념을 뛰어넘어 민주적 절차를 존중한 시민정신에 대한 자부심, 가까스로 헌정사의 불행을 넘어섰다는 안도감은 잠시. 북핵·미사일 위기가 온 나라에 들이닥쳤다. 미국의 지상파 방송인 ABC는 올해의 10대 국제뉴스로 북핵 위협과 한반도 긴장 고조를 첫 손에 꼽았다. 과거를 들추는 적폐청산에 국정운영의 초점이 맞춰지면서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뿌려진 것도 사실이다.

 올해는 외환위기 20년, 민주화의 물꼬를 튼 6월 항쟁 30년을 맞은 해였다. 다행히도 그 역사를 통해 우리가 힘들게 터득한 교훈과 뼈아픈 경험은 허투루 낭비되지 않은 것 같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 갑작스럽게 앞당겨진 대선 등 자칫 불확실성의 늪에 추락할 뻔한 위험한 고비 고비마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균형 감각은 어김없이 빛을 발했다. 덕분에 굴곡진 역사의 순간순간을 되짚으며 조용히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될 일이다.

 이제 대한민국호(號)는 무술(戊戌)년의 새 항해를 앞두고 있다. 드높은 산, 깊숙한 골짜기, 험한 바다를 두루 건너온 정유년 여정을 성찰하며, 한국인의 한계와 저력을 복기할 때다. 정치권도 국익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현명한 선택이 무엇인지 성찰이 요구된다.

 비관론자는 모든 기회로부터 어려움을 찾아내고 낙관론자는 모든 어려움에서 기회를 찾는다고 했다. 갈등과 대립을 넘어 화합과 상생을 꿈꾸는 행복공동체, ‘우리 모두는 대한민국 팀’이란 상식과 믿음이 통하는 대한민국.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한 여정에서 올 한해 우리가 헤쳐 나온 시련과 고통은 분명 든든한 주춧돌이 될 터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기록될 새 역사를 만든 2017년. 그 어느 해보다 뜨겁고 치열했던 1년, 그 안에서 때로 가슴 졸이며, 때로는 가슴 벅차게 웃고 울며 동고동락한 국민과 더불어 정유(丁酉)년을 역사 속으로 떠나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