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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뉴욕 대중교통, 신기술로 생존 돌파구

위기의 뉴욕 대중교통, 신기술로 생존 돌파구

Posted December. 11, 2017 07:20,   

Updated December. 11, 201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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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상징인 ‘옐로캡’을 모는 택시 운전사 황길재 씨(48)는 요즘 JFK국제공항에 차를 대고 밤을 새우는 일이 부쩍 늘었다. 택시 한 대를 두 명이 빌려 번갈아 운영하는데, 수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황 씨는 “4년 전에 택시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수입이 20%는 줄었다. 30% 넘게 줄어든 사람도 있다”며 “밤을 새우며 공항 손님이라도 잡아야 그나마 줄어든 수입을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 택시를 단기간에 이처럼 벼랑 끝으로 몰고 간 건 스마트폰으로 차량 소유자와 승객을 이어주는 우버, 리프트와 같은 교통네트워크 회사의 약진이다. 우버는 올해 7월 처음으로 차량 대수, 운전자 수, 하루 평균 이용 횟수에서 모두 뉴욕 택시를 앞질렀다.

○ ‘우버는 우버 기술로’ 뉴욕 택시 맞대응

 2일 오후 센트럴파크 남단에서 우버를 타고 월가로 이동했다.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호출한 지 3분이 지나자, 미나라는 이름의 우버 운전사가 도요타 캠리를 몰고 나타났다. 요금은 20달러 정도. 같은 거리를 택시로 가려면 30달러에 팁까지 챙겨줘야 한다. 교통 체증으로 요금이 불어날 걱정도 없다. 알렉산더 릴레브라 씨(여·뉴욕 시민)는 “일반 택시는 요금이 얼마 나올지 모르지만 우버는 요금도 저렴하고 앱으로 미리 요금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더 편리하다”고 말했다.

 우버는 2015년 차량 수에서 뉴욕 택시를 앞질렀다. 올해 7월엔 하루 평균 이용 횟수에서도 능가했다. 운전자는 우버가 약 5만 명. 우버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프트, 비아 등까지 합하면 6만 명에 이른다. 한때 3만3000명에 이르던 뉴욕 택시 운전사는 이제 우버의 절반 정도인 2만5000명에 불과하다. 2014년 130만 달러에 거래됐던 뉴욕 택시 면허(메달리언) 거래 가격은 3년 만에 약 6분의 1인 20만 달러대로 떨어졌다.

 뉴욕 택시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우버의 기술을 역이용해 스마트폰으로 승객과 택시 운전사를 연결해 주는 ‘하이브리드 택시 서비스’인 ‘커브’ 앱을 올해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 ‘느림보’ 뉴욕 버스의 생존 실험

 승객들의 외면을 받는 건 뉴욕 버스도 마찬가지. 미국 대도시 중에서도 소문난 ‘느림보 버스’로 악명이 높다. 일방통행길에 보행자와 승용차가 뒤엉켜 만성적인 교통체증이 반복되는 맨해튼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속도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 뉴욕 버스의 평균 속도는 시속 11.9km로 로스앤젤레스(17.2km)의 70%에 불과하다.

 맨해튼에서 단거리를 버스로 이동하면 걷는 시간과 비슷하거나 더 걸릴 때도 있다. 승객들이 느림보 버스를 외면해 2002년 이후 지하철 승객은 24.2% 증가했지만 버스 승객은 16% 줄었다.

 이날 맨해튼 55번가와 2번가 사이 인도에 새로운 버스 정거장 건설이 한창이었다. 버스 운행 속도를 높여 줄어든 승객을 만회하기 위해 뉴욕 메트로폴리탄교통국(MTA)이 확대하고 있는 ‘선별버스(Select bus)’ 노선 공사다.

 선별버스는 단속카메라가 설치된 전용 차선을 달린다. 승객들은 요금을 버스에 타기 전에 정거장에서 결제하고, 앞뒤의 모든 문으로 승차한다. 승객들이 앞문으로 타면서 요금을 내느라 운행 시간이 늘어지기 때문이다. 정거장 수도 줄이고 차량 도착시간 등을 알려주는 지능형 정보시스템도 도입했다. MTA는 선별버스 노선의 버스 운행 속도가 10∼30% 빨라졌다고 밝혔다.

○ 시행착오 통해 ‘하이브리드 대중교통’ 개발해야

 뉴욕의 새로운 대중교통 서비스에 대한 시민의 반응은 엇갈린다. 선별버스의 경우 승차권을 미리 결제해야 한다는 걸 몰라 당황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한국의 카카오택시처럼 신기술과 결합한 뉴욕 택시의 ‘커브’ 앱도 갈 길이 멀다. 우버와 달리 정해진 요금을 받아야 한다는 점과 홍보 부족 때문이다.

 하지만 교통 전문가들은 교통네트워크 회사의 신기술과 대중교통의 경쟁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신기술을 무조건 막기보다 대중교통의 보완재와 혁신의 촉매제로 활용하도록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존 오컷 뉴욕 트랜싯센터 국장은 “대중교통에 새로운 기술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며 “뉴욕은 어떤 정책이 신기술에 맞는지 논쟁을 통해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