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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뻔한 反日영화” “강제징용 문제 관심 불러일으켜”

"너무 뻔한 反日영화” “강제징용 문제 관심 불러일으켜”

Posted July. 31, 2017 07:38,   

Updated July. 31, 201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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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강점기 하시마(端島) 탄광에 징용된 조선인 소재의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는 개봉 닷새 만인 30일 약 400만 명의 누적 관객을 동원했다. 역대 최다 관객 ‘명량’에 견줄 만한 흥행 속도다. 그러나 온라인 리뷰는 대체로 냉랭하다. 한 포털 사이트의 누리꾼 평점은 10점 만점에 평균 5점이 안 된다.(관객 평점은 7점대)

 핵심은 영화의 ‘국뽕’(배타적이고 지나친 국수주의·민족주의를 비하하는 속어) 논란이다. 심지어 포털 검색창에 ‘국뽕’을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군함도’가 저절로 뜰 정도다. 일본 관방장관과 한국 외교부 대변인까지 나서 각각 ‘이 영화는 창작물’ ‘역사적 사실이 바탕’이라고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대기업의 스크린 독과점 시비도 지속됐다.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이 영화는 29일에만 2019개 스크린에서 1만808회 상영(상영 점유율 55.8%)됐다. 영화 ‘군함도’에 대해 정지욱 영화평론가(50), 관객 곽지윤 씨(27·대학원생), 조종엽 장선희 문화부 기자가 28일 영화 속 다양한 논란을 짚어봤다. (기사에 스포일러가 있다.)

 ▽곽지윤=보는 동안 크게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저기서 봤던 상투적 요소들로 가득했어. 딱 흥행만 노린 영화 같다고 할까?

 ▽정지욱=전형적인 인물, 선악 구도로 상업영화의 전형성을 보여준 거지. 감독의 위상을 생각하면 범작 정도? 최칠성(소지섭)-에이바(이정현)의 러브라인, 이강옥(황정민)-이소희(김수안)의 부녀애가 다양한 연령에 어필할 수 있고, 출연 배우 송중기(광복군 소속 특수요원 박무영 역)의 인기를 고려해도 흥행은 성공할 듯.

 ▽조종엽=도입부 하시마 탄광 갱도 표현이 인상적이었는데 거기서 끝이었어. 온라인에 ‘뻔한 반일영화’라는 혹평이 상당해. 군함도라는 소재만 가져왔을 뿐 역사적 진실과 강제징용자의 고통 표현은 뒤로한 채, 허구인 대규모 탈출극과 총격전만 부각했다는 거지.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

 ▽정=내 주변 반응은 괜찮던데? 다만 인물의 변화가 예측 가능하고, 그마저 ‘툭툭 끊어진다는 느낌’이 들더라.

 ▽조=‘나쁜 조선인’을 넣어서 이분법을 넘어서려 했다는데, 그 때문에 더 악랄했던 일제의 강제동원 진상이 묻힌 느낌이야. 이분법을 넘어서려면 ‘나쁜 조선인’을 강조하기보다 오히려 ‘착한 일본인’이 필요했던 것 아닌가? 일본인 노무자가 조선인 탈출을 방관하는 딱 한 장면 나오더라.

 ▽장선희=그랬다면 욱일승천기를 찢는 장면 같은 데서 관객이 통쾌함을 느끼겠어? ‘군함도’는 류승완 감독이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장기를 잘 살린 상업영화지, 다큐멘터리는 아니잖아. 일부 혹평은 류 감독의 작품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서 그런 것 아닐까?

 ▽곽=박무영이 일본인을 단칼에 목 베는 장면은 어땠어? 너무 전형적이어서 실소가 나오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했어.

 ▽조=광복군 요원이 아니라 양민 학살하는 관동군이나 일본 전국시대 사무라이 같더라. 그렇게 적과 닮은 모습이 거북했어.

 ▽장=나는 좋았는데? (일동 웃음) 카타르시스를 주잖아.

 ▽조=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각 독립운동 세력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며 윤학철(이경영)을 구해오라고 지목하는데, 그 정도의 인물을 ‘민족의 배신자’로 묘사하는 건 말이 안 돼. 류 감독 영화가 엘리트에 대한 반감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는데 이번에는 심한 듯해.

 ▽정=류 감독이 커다란 틀은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되 내용은 영화적 상상력으로 채워 넣었다고 했잖아. 그 정도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장=하지만 류 감독도 실제 역사를 모티브로 했다고 분명히 했는데, 일본 정치인이나 극우 매체가 ‘날조 영화’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정=작품이 너무 오락에 집중하다 보니 공격을 받을 허점을 준 거 같기도 해.

 ▽조=홀로코스트 소재 영화 보면 보편적 울림을 갖는 게 많잖아. 오늘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장벽 세우고 하는 현실 문제가 있는데도 그런 영화 보면 유대인 수난사에 동정적이게 된다고. 그런데 일본 과거사를 진심으로 반성하는 일본인이 주변 사람들에게 손잡고 ‘군함도’ 보러 가자고 할 수 있을까?

 ▽곽=극장에서 오전 10시 45분, 11시, 11시 20분… 이렇게 계속 ‘군함도’만 틀더라.

 ▽정=한 영화가 스크린을 2000개 넘게 차지하는 건 거의 폭력 수준 아닌가. 한 800∼1000개 스크린만 해서 오래 상영해도 되지 않나?

 ▽장=류승완 감독한테 일본인까지 설득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것 같아. ‘군함도’가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 더구나 군함도를 모르는 국내 관객도 태반일 텐데, 강제징용 문제에 관심을 갖게 했잖아? 그것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



조종엽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