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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월급 인상 공약

Posted May. 23, 2017 06:16,   

Updated May. 23, 2017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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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대 이상의 남자들은 군에서 겪었던 추위와 허기를 지금도 기억한다. 추위는 초가을부터 늦봄까지 병사를 떨게 하지만 허기는 1년 365일 몸과 마음을 괴롭힌다. 밥 먹고 돌아서면 배고프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훈련소에 들어서자마자 알게 된다. 부대 매점(PX)에서 사먹은 제원빵의 맛을 기억하는 예비역들도 적지 않다. 소설가 황석영은 밤에 몰래 건빵 다섯 봉지를 모두 털어먹은 병사가 결국 식도가 막혀 행복하게 숨을 거뒀다는 훈련병 때 일을 쓴 적도 있다.

 ▷1970년 1000원이던 병장 월급이 1만 원을 넘은 것이 1992년이었다. 담배 몇 갑 더 사고 빵 한두 개 사먹고 나면 끝이었다. 올해 병장 월급은 21만6000원이지만 담배와 비누 휴지 등을 전부 각자 사 써야 하고 세탁기와 건조기 사용료까지 제하고 나면 남는 건 없다. 최근 국방부 조사에선 병사 78%가 월급이 부족하다고 했다. 

 ▷정부가 내년 병사 월급을 33% 올리는 예산안을 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병사 월급을 2020년까지 최저임금의 50%인 70만원 수준이 되도록 연차적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한 데 따른 조치다. 현재 21만6000원인 병장 월급은 최저임금의 15%에 불과하다. 징병제 실시 국가 중 터키와 비슷한 수준이다. 베트남(27%) 대만(33%) 이스라엘(34%)은 물론 태국(100%)도 우리보다 많이 받는다. 정의당이 ‘열정페이’에 빗대 ‘애국페이’라고 비난할 만도 하다.

 ▷제대할 때 목돈 300만 원을 ‘희망준비금’으로 주겠다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월급에서 일부를 떼어 적금을 부어 돌려주는 식으로 둔갑했다. 문 대통령 공약대로 최저임금의 50%까지 병사 월급이 오르면 총 1400만 원 정도 된다고 한다. 국방부는 전역할 때 1000만 원의 일시금으로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1000만 원이면 대학 한 학기 등록금을 내고도 남는 돈이다. 문 대통령은 자기 말에 대해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는다고 했다. 이런 공약이야말로 강박관념을 갖고 이행해야 한다는 청년들이 많을 것 같다.



이 진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