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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애 엄마니까 애 잃은 엄마 맘 알수밖에

나도 애 엄마니까 애 잃은 엄마 맘 알수밖에

Posted January. 18, 200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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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엄마니까 잘할 수 있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어요. 무엇보다 실제로 범인을 잡는다는 기획 의도가 맘에 들었죠. 좋은 일에 참여한다는 느낌.

연기가 아니라 진짜 엄마의 모습을 보여 주려고 했다. 필름 원본에는 컷 소리가 나고도 울음을 그치지 못해 사람들이 달래 주는 모습이 나온다. 감독님이 하는 말이 뚝, 그만.(웃음) 감정을 자제할 수 없어 1시간은 울었어요. 얼굴이 너무 부어 다음 촬영에서 조명팀이 웬만한 건 조명으로 다 잡는데 이건 포기라고 했죠.

얼마 전 제작 보고회에서 역할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던 모습이 기억났다. 부모가 돼 보니 그 느낌이 절실했나 보다.

온 우주가 다 라희(딸 이름)예요. 라희와 나가면 날 못 알아봐요. 아기한테만 신경 쓰다 보니 너무 초라해서. 그 대신 여유로워졌죠. 예전엔 미용실에서 머리가 맘에 안 들면 신경질을 냈는데 이젠 웃으며 또 기르지 해요. 남에게 가슴 아프게 하면 그것을 자식이 받을 것 같아서요.

영화 속에서 아이를 잃은 엄마는 한여름에 붉은 코트를 입고 비를 맞으며 거리를 헤매고 멍이 들도록 가슴팍을 치며 자책한다. 붉은 계열 옷을 입고 나오라는 범인의 말 때문에 손에 잡히는 대로 코트를 입고 나갔다가 더위에 지치고 비를 맞아 쓰러지는 것.

사람들은 그의 이런 모습보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똑 부러지는 완벽한 주부 모습을 실제 김남주의 모습으로 상상할 것이다.

그런 이미지는 CF가 만든 거죠. 한 많은 연기도 잘할 자신이 있는데. 내가 이 역을 맡았다니까 말도 많았어요. 연기 안 한다고, 밥줄(CF)이 있으니 굳이 힘든 거 안 한다고 말하는 것도 알아요.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1, 2년 쉬다 보니 좀 더 좋은 작품, 더 잘할 수 있는 작품이 기다려졌어요. 또 결혼하고 아이를 낳다 보니 기간이 더 길어졌습니다. 본업에 충실하지 않다는 낙인이 찍혀 속상하지만 그것도 관심이니 감사하게 생각해요.

사생활에 대한 루머가 떠도는데 속상하지 않았느냐고 불편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웃으며 휴대전화를 꺼내 한눈에도 부부를 꼭 닮은 딸의 사진을 보여 줬다. 심지어 딸에 대한 루머도 들었어요. 아이가 부모 때문에 원치 않는 유명세를 치르는 게 싫어요. 아이를 공개 안 한다고 이상한 소리가 나와도 부모의 몫이죠. 아이만큼은 평범하게 자라길 바랍니다.

아무리 연예인이지만 자식에 대한 이야기까지 걸고넘어지는 건 잔인한 일. 그는 담담하게 이제 마음이 많이 단단해졌다고 했다.

결혼 전엔 엄마에게 난 절대 엄마처럼 안 해라고 했는데 나도 딱 우리 엄마가 했던 것처럼 키우고 있어요.

이전에 알던 CF 여왕 김남주가 아니라 현실의 라희 엄마, 영화 속 상우 엄마가 말했다.



채지영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