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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윤형섭

5. 아빠
아빠,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을 위압적으로 의자 쪽으로 몰아 부친다. 크게 혁대를 휘두른다. 소리가 크게 난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흠칫 놀라며 쳐다본다.
아빠 :
아빠는...
(혁대로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을 때리며)
아빠야!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에게 가서 그의 볼을 손으로 꼬집어 흔든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겁먹은 표정, 그러나 울지 않는다.
검은 예복을 입은 소년이 키득댄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쪽으로 얼굴을 돌린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안간힘을 쓰며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아빠는 더 세게 흔든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눈을 감지 않는다)
알아들어?
(더 강한 목소리로)
아빠는...
(혁대로 더 세게 때린다)
아빠야!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의 볼을 꼬집어 흔들다 따귀를 때린다)
알아들어?
(혁대를 여러 번 휘둘러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을 때린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겁먹은 표정, 그러나 울지 않는다. 눈을 감지 않는다.
아빠, 담배를 피운다.)
다 소용없어, 망할 자식들...
(괴로운 심정, 담배 두 모금을 급히 빨고 바닥에 비벼 끄며)
아빠 맘을 왜 그렇게 몰라?
(아빠,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을 혁대로 때린다)
아빠는... 외로워... 내 편이 있어?
(포악하게)
내 앞에서 쉬쉬하지마!
(아빠,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을 혁대로 무자비하게 때린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미동도 하지 않으며 아빠를 측은하게 바라본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씬디싸이져를 거칠게 연주한다.
아빠의 폭행은 계속된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신디싸이져를 난폭하게 내려치고는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에게 간다.
아빠와 엄마, 잠시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을 바라본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의 손목을 잡아끌고 앞 무대로 간다)
조명이 바뀐다

6. 미소년들
조명이 앞무대에만 비춰진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이게 무슨 짓이야!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분노에 휩싸인 침묵)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그렇게 아프진 않았어. 널 보고 웃기까지 했잖아?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다 이해한다 그거야? 그게 말이 돼?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니가 무슨 상관이야!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의 따귀를 후려친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울음을 터뜨린다)
우린 다 불쌍해, 아빠도 엄마도... 그런데 어떡해?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답답함에 휩싸인 침묵. 조명이 바뀐다)

7. 식사
앞 무대. 엄마와 아빠, 사이에 밥상을 두고 등을 돌리고 앉아있다. 미소년들은 밥상머리에 따닥따닥 붙어 앉아서 엄마와 아빠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아빠 :
싱거워!
엄마 :
소금 줘요?
아빠 :
아니, 간장. 왜간장!
엄마 :
많이 넣었어.
아빠 :
그런데 이래? 미원 가져와봐!
엄마 :
(아빠를 노려본다. 정지동작)
사이.
아빠 :
딴 거 좀 없나?
엄마 :
돈이 어딨어?
아빠 :
(소주를 마신다. 사이. 버럭 화를 낸다)
그래야 일주일에 하룬데!
엄마 :
(눈을 감고 얼굴을 찡그린다. 얼굴이 빨개진다. 사이)
아빠 :
(뒷벽을 향해 컵을 던진다. 컵이 깨지고 시계의 분침이 구부러진다. 담배를 피운다)
사이.
서서히 암전.

8. 음악
무대를 적시는 슬픈 전자음악
조명이 켜진다.

9. 미소년들
미소년 둘만 앞무대에 나와 있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조용하게)
이해할 수 있어?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응.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맞아.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그럼, 저주할 수 없겠군.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늘 그게 문제지. 저주하느냐, 이해하느냐.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사느냐 죽느냐...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살리느냐, 죽이느냐...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당황해하며)
선택?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별 수 없지.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망가져 갈 꺼야, 너도나도.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그래도 해야돼, 너도나도.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사랑은? 그건 어떡해?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습관이야, 그건...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선택...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선택!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선택... 선택... 선택...
(번민한다)
어떻게 하지?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어느 때고 그게 문제야.
서서히 암전.

10. 아빠와 엄마의 성교
질퍽한 습기가 푹푹 뿜어져 나오는 신음소리가 들린다. 그에 코러스를 하듯 미소년들의 장난스러운 소리가 천진하다. 조명이 빠르게 켜진다. 앞 무대, 조그만 상이 저만치 치워져있다. 벌거벗은 아빠와 엄마가 성교를 한다. 요란한 신음소리가 난다. 미소년들은 뒤엉켜있는 아빠와 엄마의 한 덩어리를 넘어 다니며 논다. 미소년들은 각각 아빠와 엄마를 흉내낸다. 아빠, 흥이 떨어져 엄마에게서 몸을 뗀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싱거워!
(엄마, 안달을 하며 허리를 튼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소금 줘요?
(아빠, 체위를 바꿀 것을 요구한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아니, 간장. 왜간장!
(엄마, 거부하며 계속 그 자세에서 즐기려고 한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많이 넣었어.
(아빠, 성교를 중단하고 일어나 담배를 피운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그런데 이래? 미원 가져와봐!
(엄마, 일어나 앉아서 남자를 노려본다.
사이.
미소년들, 서로 눈짓을 교환하고 뒷 무대로 간다)
아빠 :
(버럭 화를 낸다)
그래야 일주일에 하룬데!
엄마 :
(눈을 감고 얼굴을 찡그린다. 얼굴이 빨개진다. 사이)
아빠 :
에잇, 썅!
(담배를 피운다.
사이.
미소년들, 뒷벽에다가 장난스럽게 유리컵을 마구 던진다.
뒷벽의 시계가 부서진다)
엄마 :
(조용히 일어나 컵이 깨진 곳으로 간다. 맨발로 천천히 짓밟고 다닌다. 암전)

11. 미소년들
앞무대에 스포트라이트가 들어온다. 미소년들이 들어온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무대를 정리한다. 모든 걸 처음의 위치로 가져다놓는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는데 그것은 이미 깨져버린 유리컵과 병, 엄마의 피발자국이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은 씬디싸이져를 밥상에 올려놓고 연주한다. 소리가 들린다. 슬픈 전자음악이지만 비장함이 느껴진다. 연주와 함께 스포트라이트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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