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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이승수

아까부터 내 옆에 앉은 사내가  
쿨룩쿨룩 기침을 하며 전철 바닥에  
누런 갈매기들을 토해낼 때마다  
그가 멸치떼를 쫓아다녔는지  
오징어를 잡으러 다녔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지만  
<과녁을 맞추려면 과녁 위를 겨냥하라>* 는  
구절에 이르러 나는  
마구 흩어지고 있는 활자들을  
애써 끌어 모아야 했다 그는  
과녁 대신 자신의 다리를 찌른 듯이  
한참을 절룩대다 앉았기 때문이다  
그가 유일하게 피워낼 수 있는 것은  
솔기가 다 닳아 구지레해진 바지 주머니에서  
떨리는 손으로 꺼내어 간신히 입에 문  
<장미>담배가 전부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의 성한 무릎 위에는 어린 계집 아이가  
마지막 남은 영토를 지키듯 그렇게 매달려 있었고  
뒤돌아 노려본 창문의 하늘엔 새들이 잠시  
내뱉아진 침으로 흘렀다 그의  
두눈에선 독기오른 작살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아  
기어이 나는 책을 떨어뜨리고 또 활자들은 모조리  
바닥 위에 쏟아졌지만 한남,옥수,응봉  
세 개의 海域을 지나는 동안 웬일인지 그의  
시선은 바닥에 꽂혀 있었다  
기침 소리는 점점 멀어지고 크르릉대며 전철이 서고  
혈흔 같은 그의 딸이 손도 잡아 주지 않는  
아비의 발자국을 지우며 뒤따라 나간다  
병들고 괴팍한 선장과 헤어졌으니  
선원들의 불만 섞인 술렁임도 이제 더는 없으리  
저 사내는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인천 바다를 아주 떠나고 싶은 것일까  
책을 주으며 무심코 올려다 본 전철의 천정은  
묘하기도 하지,궁륭 모양으로 부풀며  
제 흰 뼈대를 드러내고 있었다!  
시간은 자정을 향해 조금씩 깊어 가는데  
남겨진 사람들  
출렁이는 물살에 이리저리 내몰리다가  
몇몇은 토해지고 몇몇은 그대로 잠이 든다  
나는 가만히 책을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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