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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고향을 상실한 현대인을 위한 노래
(한국 현대미술에서 불교미술의 역할과 가능성)
-
장준석




오늘날 불교미술은 구시대의 유물 또는 화석이거나 보존 가치가 있는 예술의 한 부류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더구나 여기에 상업주의까지 가세하여 투철한 작가의식보다는 물량 위주의 작품이나 단순한 복제품의 양산을 불러왔다. 이같이 불교미술 문화가 침체하게 된 원인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일련의 상황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의 결여 및 무관심이 우리의 불교미술을 퇴보·경직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불교미술의 문화적 특징들은 우리 민족의 삶 곳곳에 깊숙이 배어 있다. 우리 선조들은 한때 외국 불교를 받아들여 한국 불교미술 문화를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미술로 발전시켰음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와 비슷한 상황의 중국에서는 선종적 사상과 노장적 사상의 자연스러운 융화로 불교가 중국미술과 예술이론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불교 특히 선적 성향을 지닌 수묵 작업 등은 그들의 삶과 예술 철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전통 산수화로부터 중국 현대화 등에 이르기까지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서는 불교미술이니 무슨 미술이니 라고 분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들은 불교적 성향을 바탕으로 그들의 작품을 대중화시키는 데 성공하였으며 자연을 일반적으로 묘사하고 음유하였음에도 그 바탕에는 불교적 철리가 내포되어 있었다. 그러나 서구미술이 급속히 유입될 무렵의 한국 근대미술은 미술계의 밑뿌리가 매우 취약한 상태였다. 그 때문에 서구 현대미술사조에 대한 철저한 검증 과정과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전통으로의 수용을 위한 모색 기간을 거쳤다기보다는 단지 서양식 미술의 수용자체가 마치 현대화인양 간주되어 민족정서와 불교적 성향의 사회 현실을 외면한 채 서구 취향에 맞춘 왜곡된 미술로 흐르고 말았다. 따라서 우리의 전통 미의식과 불교미술에 대한 관심은 적어지고 서구의 미술과 사상이 마치 우리 미술을 평가하는 기준인 듯한 풍조가 널리 확산되었다. 對自的으로 서구미술에 대한 고찰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에 오히려 서구미술 문화구조가 우리의 불교적 전통과 사상, 현실 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만 것이다.

둘째, 불교미술가들과 불교인들의 편협성을 들 수 있다. 한국 불교미술과 불교는 불교인들과 스님들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虛, 空, 曠, 沖, 無, 無所有 등은 모두 '비어있음' 내지는 '世欲이 없음'을 의미하고 있다. 이러한 불교미술 문화구조에서 '소유'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일 수 있으나 불교미술이 불교인들만의 고유 영역인 것처럼 종종 생각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불교미술은 너무 편협하며 답습적이고 폐쇄적이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현대인들의 삶과 사상은 급속도로 변하는데 불교미술은 그들만의 것, 속세에 있는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차원의 것쯤으로 간주되고 있다. 즉 一卽多 多卽一, 個卽全 全卽個의 세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생들의 삶과 무관하게 불교인들만의 미술로만 치부된 인상이 강하다.

셋째, 불교가 중생들의 구원에 목적이 있음에도 한국의 경우는 불교미술의 대중성과 삶의 예술로서의 가치 활용이 매우 빈약한 면이 있다. 서구에서는 중세미술 이후에도 종교미술이 양식사적으로든, 미술문화사적으로든,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꾸준히 발전하여 왔다. 예를 들어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지오토의 샘의 기적 등 여러 종교적 색채가 짙은 미술이 있는 반면에 16세기 무렵의 봇티첼리의 종교적 미술인 성모자상과, 그의 작품이긴 하지만 비종교적 성향인 비너스의 탄생을 그린 그림이나, 다빈치의 종교적 미술인 크리스트의 세계와 비종교적 경향의 그림인 여인상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한 작가의 작품 속에서 기독교적인 작품과 세속적인 작품 등이 종교적 경향들에 관계없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삶의 미술'로서 이야기되며, 음으로든 양으로든 기독교의 정신을 간직하고 있다. 종교미술의 특성과 대중적 삶의 이미지를 예술로 승화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즉 대승적인 보살정신이 실천으로서의 삶의 미술로 거듭나야 한다는 말이다. 중세기독교미술이 수도원 중심의 폐쇄적 미술에서 벗어나 점차 민중들의 구원을 위해 대중의 종교미술로서 거듭난 것과 비교해 볼 때 한국불교미술이 가야 할 방향은 정해져 있는 듯 하다. 마음의 고향을 상실한 현대인들의 아픔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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