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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아홉 우리 할머니>을 뽑고나서
강정규(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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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여편 가까운 응모작은 14세 소녀에서 70세 노인까지, 일본과 인도네시아를 거쳐 미국까지, 200자 원고지 환산으로 70여장짜리, 이메일에서 원고지에 세로로 써서 소포로 우송한 것까지 다양한 모습이었다.

예선에서 가려낸 10편 중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김기정씨의 '남향집'과 이은강씨의 '아흔 아홉 우리 할머니' 두 편이었다. 두 작품 모두 이산의 아픔과 기다림, 혹은 만남을 능숙한 솜씨로 다루고 있으나 각기 장,단점을 고루 지니고 있었다.

'남향집'은 환상적인 동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절제와 비약이 다소 지나쳐 전달에 문제가 있다. 즉 아이와 단발머리 여자아이, 할아버지와 고모 할머니의 대칭 연결, 그 환상처리에 무리가 있고, 중복되는 낱말과 오자 등이 걸려 안타까웠다.

'아흔 아홉…'은 우선 작가의 소설 취향이 거슬렸다. 그러나 지난 100여년간 겪어온 갖가지 아픔을 속 깊이 싸안고 '큰 아들'을 기다려온 할머니가 그믐 밤 신비스럽게도 '누렁이'의 해산을 돕는 모습이 베틀에 짜는 모시처럼 적확한 어휘구사로 직조되어 있다. 읽는 이를 턱 믿고 거침없이 차고 나가는 필력도 호감이 가고, 새해 아침 '동녘'이 탄성을 지르듯 말미가 감동으로 이어진다. '동화다운 동화'를 쓰길 바라며 정진을 빈다.

끝으로 생각나는 토정 이지함의 말. '대인(大人)의 아음은 적자지심(赤子之心)'이라 했다. 곧 동심을 일컬음이니, 과거 선인들은 꿈과 환상을 지녔던 모양이다.

그런데 왜소해진 우리네는 그렇지 못하다. 포스트 뭔가 하는 것 때문에 장르간의 벽이 깨져서인지, 어른들이 동화를 많이 읽다보니 동화같은 소설을 쓰는 건지, 여하튼 동화다운 동화가 쉽지 않다. 동화의 독자층이 넓어지는 것은 바람직하나 이러다 정작 어린이 독자를 잃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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