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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말? 말…>을 뽑고나서
윤호진(연극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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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희곡의 맛은 압축과 상징에 있다. 많은 것을 담아 내자니 그릇이 너무 작고, 안전하고 보기 좋게 담자니 먹을 것이 없다. 그래서 주제를 선택해서 마지막 대사를 창조해 낼 때까지 긴장을 잃지 말아야 한다. 순수 연극이 공연 계 전체에서 점점 그 활력이 저하되고 있는 요즘 희곡의 중요성도 점차 퇴색되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런 와중에 이렇게 희곡을 쓰고자하는 젊은이들을 접하게 되니 심사기간 내내 신선한 활력을 되찾는 기분이었고 당락을 떠나서, 모두 소중한 사람들이니, 계속 정진하기를 부탁하고 싶다.

응모한 희곡 작품들은 경향을 좀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했다. 소재에서부터 시대 혹은 등장인물들에 이르기까지 개성들이 뚜렷했다. 아쉬운 점은 희곡의 코드를 모르는 응모작들이었다. 영화 시나리오나 TV드라마와 구분되어지는 접점을 찾지 못하고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대다수의 작품들이 제목과 주제 그리고 구조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혹, 구조적으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있어도 압축 능력이 떨어져 마무리가 확실하지 않은 작품들이 많았다.

이번에 희곡부문 당선작 '말!말?말…'은 무엇보다도 구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마치 희곡 '유리동물원'을 연상시키듯 소제목을 달아 글의 짧은 미래를 알리는 서사적인 기법을 사용한 것은 극을 깔끔하게 정리하는데 큰 힘이 되고있다.

또한 이 구조는 자칫 의미 없어질 수 있는 문체의 나열에 공간의 가치를 부여해준다. 할아버지에서부터 손녀에 이르기까지 세대에 따른 혹은 교육정도에 따른 성격구축과 여기에서 파생되는 갈등 구조는 '말'에서 비롯되는 에피소드를 탄력 있게 창출해 내고 있다.

이런 부딪힘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매력이 바로 코믹과 위트다. 읽으면서 즐겁다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의 매력이다. 인터넷 시대에 급증하는 언어변화의 물결 속에서 있음직한 소재를 젊고 건전하게 잘 다듬어 냈다.

다만 앞으로 희곡을 계속 집필할 시, 문체 자체에서 풍겨나는 맛을 찾을 수 있는 깊이를 확장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런 작품과는 사실 좀 거리가 있다. 하지만 아직 젊으니 무엇이 걱정이겠는가. 믿어 마지 않는다. 부디 황무지 희곡의 땅에 봇물이 되는 인물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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