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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말? 말…    - 서인경(24)


[작품 요약]

1장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 '탄생'

(1) 언어탄생의식
언어의 탄생을 김수로왕의 건국신화인 '구지가'로 보여준다. 푸른빛의 무대 위에는 불룩한 무덤이 중앙에 놓여있다. 원시부족을 상징하는 옷차림의 사내 다섯 정도가 무덤을 빙빙 돌며 언어 탄생을 위한 의식을 거행한다. 의식이 끝날 무렵 사내가 무덤 위에서 거북의 머리를 들어올리며 문명의 시작을 알리면 그 외에 사람들은 그 사내에게 현대적인 양복을 입히고 그 사내는 곧 국어학자가 된다. 국어사전을 낀 국어학자는 훈민정음 어지를 읊조린다. 그 동안 그 외의 사람들은 국어학자를 따라서 함께 훈민정음 어지를 읊으며 무대를 현대적 모습의 서재로 꾸민다.

2장 언어를 배우다 -'성장'

(2-1) 국어학자와 벙어리
무대 중앙과 옆벽에는 비문, 오문, 순우리말의 낱말과 무장들이 여기저기 쓰여있다. 무대 중앙에는 칠판이 놓여있고, 책상과 의자로 서재분위기를 연출한다. 국어학자는 가람(막내손녀)에게 날마다 언어를 가르치나 가람은 '으으아--'라는 소리밖에 내지 못한다. 화가 나서 고함을 쳐도 소용없다. 결국 포기하고 마는 국어학자는 '으으아-'라는 소리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가람을 언어학적으로 연구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람은 아무 생각 없이 줄곧 그림만을 그린다. 국어학에 조예가 깊고 언어를 소중히 여기는 국어학자는 늘 사전을 끼고 다니며 언어를 연구한다. 그러는 중 그는 눈에 거슬리는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2-2) 채팅광과 고딩
무대는 세 공간으로 나뉘어진다. 좌·우측은 책상 위에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한별(손녀)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한뫼(손자)가 있고, 무대 중앙 뒤쪽에 칠판이 놓여진 곳에는 국어학자가 있다. 한별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연하의 고등학생과 이야기를 하는데, 채팅 용어를 쓰는 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듣기 거북스럽다. 또한 한뫼는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서 고딩 만의 언어로 이야기한다. 역시 한별과 같이 이해하기 어려운 듣기 거북한 말들이다. 국어학자는 논문 준비를 위한 자료집을 살펴보는데, 자료집에 있는 알아듣지 못할 말들을 칠판에 바쁘게 적는다. 그리고 간혹 가다 머리를 긁적이며 점점 얼굴이 굳어져간다. 이 셋의 대화는 서로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비속어·은어·채팅 용어가 뒤섞인 둘의 말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한 두 군데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올바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색하고 낯설고 혼란스러운 것이 당연하다. 한별은 채팅 방에서 채팅을 즐기고 있는 중이기에,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낮게 깔리면서 한별의 말이 들린다.

(2-3) 무역회사사장인 아들과 사투리를 사용하는 며느리
2장과 같은 서재. 맞벌이를 하는 달해(아들)와 옥자(며느리)가 늦은 시간 집으로 들어온다. 그러나 집에 와서도 여전히 회사 일에 관해 얘기를 나누는데, 무역회사를 경영하는 달해는 말끝마다 무역에 관한 전문용어들을 사용하고, 옥자는 전라도 방언까지 사용함으로 인해 그들의 대화는 관객이 알아듣지 못할 언어 투성이다.

3장 말이 말을 낳고 말이 말을 없애고 - '혼류'

(3) 흔들리는 가족
온 가족이 둘러앉은 식탁. 휴일을 맞아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여 점심식사를 한다. 국어학자 앞에는 늘 손에 들고 다니는 사전이 놓여있다. 말을 못하는 가람이 국을 더 달라는 몸짓으로 시작되는 저녁식사는 한뫼와 한별의 다투는 대화와 무역서류에 관해 이야기하는 달해의 대화가 뒤범벅된다. 국어학자는 그들이 말하는 비속어·은어·외래어 등을 우리말로 바르게 고쳐준다. 국어학자, 달해, 옥자, 한별, 한뫼는 서로가 뒤질세라 조금씩 언성을 높인다. 특히 국어학자는 일일이 사전을 찾으며 어휘의 해석까지 말하면서 편집증적 모습을 보여준다. 가람은 관심 없다는 듯 식탁에서 내려와 무대 바닥에서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아주 격양되고 고조된 그들의 말은 몸짓과 더불어 과격해진다. 국어학자는 한쪽 손에 사전을 다른 한쪽 손에는 칼을 들고 나와서는 이리저리 서성이며 정신적 발작을 일으키더니, 그림을 그리는 딸을 일으켜 세우고는 "말을 하라고! 제대로 된 말을!!!"하며 칼로 가람의 몸을 찌른다. 비명과 함께 암전.

4장 말이 사라지다 - '소멸'

(4) 언어의 부재
3장과 동일한 식탁. 국어학자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가족이 잔치를 열고 있다. 잔치를 하면서 달해, 한별, 한뫼 등은 자신이 습관적으로 사용한 언어들이 말하는 중간 중간에 튀어나와 말을 멈추곤 한다. 가족이 공유할 수 없는 말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가족은 말을 뱉다가 눈치를 보며 그만두고, 말을 하려는 듯 하다가 다시 입을 다문다. 침묵... 이때, 말을 하지 못하는 가람이 국어학자에게 정성껏 그린 그림을 보여준다. 그림 안에는 국어학자의 모습과 "생신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말이 써있고, 그것을 본 국어학자는 잠시 당황함과 놀라움에 가람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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