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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복지등기 왔습니다”…고독사 위기 1100명 구해

“똑똑, 복지등기 왔습니다”…고독사 위기 1100명 구해

Posted June. 03, 2023 08:23   

Updated June. 03, 2023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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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호(가명) 씨, 김지호 씨, 계신가요? 우체국입니다.”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허름한 4층짜리 원룸 건물 계단. 서울 용산우체국 소속 집배원 유인준 씨(57)는 무더위 속에 숨을 헐떡이면서도 낡은 철문을 향해 여러 번 외쳤다. 반응은 없었다. 문에 귀를 바싹 갖다 대고 숨을 죽여도 들리는 소리는 없었다. 문을 손으로 여러 번 두드렸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사람이 없는 걸까. 아니면 안에 누군가 있는데 대답할 힘이 없는 것일까’.

유 씨는 문 틈새로 가만히 코를 갖다 댔다. 냄새를 맡기 위해서다. 그 1, 2초 동안 적막과 긴장이 흘렀다. 혹시라도 ‘낯선 악취’가 코끝에 도달한다면……. 생각하긴 싫지만 그것은 위험 신호다. 굳게 닫힌 철문 너머에서 누군가 쓸쓸하게 홀로 생을 마감했을 수도 있다는, 말하자면 ‘고독사’다.

이날 유 씨가 생면부지의 김 씨를 찾아다닌 건 ‘복지등기’ 우편물을 배달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복지등기 우편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지역 주민 중 누군가 전기세를 장기간 체납했거나 병원비 지출이 급증했거나 하는 위기 징후가 보이면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포착하고 해당 가구에 복지등기를 발송한다. 그러면 동네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지역 집배원이 이 등기를 들고 직접 그들을 찾아간다.

집배원 유 씨의 가방에는 구청에서 보낸 복지등기 봉투, 마스크, 관절 통증용 파스 등 기본 의약품, 그리고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이 신청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가 정리된 팸플릿 등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유 씨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물품을 전달하는 것보다도, 직접 수취인을 만나 눈으로 그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위기에 처해 있진 않은지 확인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2021년 3378명이 고독사했다. 한 해 전체 사망자 100명 중 1명꼴이다. 서울 용산구와 강원 삼척시 등 8개 지자체에서 복지등기를 시범 운영한 결과 첫 9개월 동안 위기가구를 1100여 건 발굴했다. 4월부터는 참여 지자체가 47곳으로 늘었다.


이문수기자 doorwater@donga.com · 이지운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