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대만에 추월당한 1인당 GDP… 반도체 부활 없인 반전 어렵다

대만에 추월당한 1인당 GDP… 반도체 부활 없인 반전 어렵다

Posted May. 02, 2023 07:52   

Updated May. 02, 2023 07:52

中文

작년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8년 만에 한국을 넘어섰다고 대만 통계처가 발표했다. 두 나라 모두 반도체가 최대 수출품목이지만 한국이 세계 1위인 메모리반도체가 극심한 불황에 빠진 반면, 대만이 1위인 주문형 반도체는 호조를 보인 영향으로 1인당 GDP 역전이라는 씁쓸한 결과를 맞았다.

대만의 지난해 1인당 GDP는 3만2811달러(환화 약 4400만 원)로 3만2237달러(4323만 원)였던 한국보다 1.8% 많았다. 대만 통계처는 2004년 이후 한국에 뒤쳐졌던 1인당 GDP를 추월한 이유로 반도체 산업의 우위, 기업들의 능동적 변화를 꼽았다. 산업 경쟁력이 높아져 10년간 한국이 연평균 2.6% 성장할 때 대만은 3.2%씩 성장한 것이 역전의 원인이란 평가다.

대만의 대표기업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분야 시장점유율은 현재 60%에 육박해 2위인 삼성전자의 3배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TSMC의 시가총액은 이미 2019년 말에 삼성전자를 넘어섰다. 대표 수출기업의 실적 차이는 양국의 무역수지와 국민소득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반도체의 40%를 사가던 중국 제조업의 침체로 한국은 작년에 478억 달러 무역적자를 냈다. 반면 대만은 시스템반도체의 수출 성장으로 514억 달러 무역흑자를 냈다.

1970∼90년대 한국 홍콩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던 대만은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이후 중소·중견기업 중심 성장전략이 벽에 부딪치면서 기세가 꺾였다. 하지만 대만 정부가 TSMC 등 반도체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대만은 대학 반도체 학과가 반년마다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해 인재를 공급하고, 반도체 연구개발(R&D)투자액의 25%를 세액공제해주는 등 한국보다 한발 앞서 획기적 지원책을 마련했다.

지난달 한국은 7개월 연속 수출 역성장, 14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수요침체로 반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41% 감소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기업은 공격적 투자로 파운드리 등의 분야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고, 정부와 정치권이 국가역량을 총동원해 응원하지 않는다면 다시 대만을 따라잡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