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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절실한 ‘초일류 기업인’ 이건희

Posted October. 26, 2020 07:53   

Updated October. 26, 2020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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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78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삼성을 세워 국내 최고기업으로 만든 인물이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라면, 21세기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인물은 이건희 회장이다. 한국과 세계 기업사에 큰 족적을 남긴 초일류 경영인의 타계는 삼성은 물론 한국 경제 전체에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 회장이 1987년 삼성그룹의 총수로 취임한 이후 세계적 기업인으로 올라서는 과정과 시기는 한국의 기업들 나아가 한국의 경제가 미국 일본 유럽의 변방에서 세계 경제의 중심 무대에 올라서는 맥락과 일치한다. 일례로 이병철 창업주가 초석을 놓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이건희 회장 대에 이르러 세계 1위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것이다.

 삼성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한 결정적 계기는 1993년 프랑크푸르트의 ‘신경영선언’이었다. “자식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는 말은 그 동안의 의식, 체질, 관행, 제도를 양(量) 위주에서 질(質) 위주로 혁신하라는 강력한 주문이었다. 이 회장이 내세운 모토는 새로운 기준으로 다른 기업들로 전파돼 한국 기업 문화의 전반적인 수준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경영의 결과 2018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10대 전자회사 영업이익을 모두 합친 것보다 2배나 많았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230조4008억 원, 영업이익은 27조7685억 원으로 소니의 3배에 달한다. 최근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전문업체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삼성전자는 5위에 올라 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국내에서 이건희의 삼성은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막대한 세금을 내고, 협력업체들과 생태계를 만들어 이제 삼성이 없는 한국경제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이 회장은 1995년 한 자리에서 “우리나라는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25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을 둘러보면 삼성을 필두로 2류였던 한국의 기업들이 초일류로 발전하는 동안 정치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행정은 여전히 그런 정치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모습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오늘날 삼성과 한국경제는 안팎에서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밖에서는 보호주의 물결 속에서 중국의 기업들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안에서는 정치인들이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있고 각종 규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업 현장에 있어야할 최고경영자들이 수시로 검찰과 법원에 출두하느라 시간과 정력을 소비하고 있다.

 이 회장은 생전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삼성그룹에 ‘비상선언’을 외치며 자만에 머무는 것을 경계하고 혁신을 주문해왔다. 우리 기업들이 어렵지 않은 때가 없었고 위기에 처하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과거 어느 때보다 지금이야말로 ‘제2의 이건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