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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 우나리 부부의 눈물

Posted May. 13, 2015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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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타계한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조상은 객가인()으로 분류된다. 객가인은 후한시대 이후 북방 이민족의 침입을 피해 북쪽의 고향을 등지고 남부로 이주한 한족 실향민이다. 이들은 다시 중국을 떠나 동남아 유럽 미국 남미 등 세계 곳곳으로 뻗어 나갔다. 화교의 선구자인 이들은 중화세계의 유대인 동양의 집시로 불린다.

디아스포라(Diaspora)는 흩어지다란 의미를 갖고 있다. 원래 팔레스타인을 떠나 다른 나라에 정착한 유대인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고국을 떠나는 사람이나 집단 이주민 등의 의미로 넓게 쓰인다. 객가인의 해외 이주를 중국판 디아스포라라고 일컫는다.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개념은 19세기 말 기울어진 나라의 운명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연해주로, 스탈린 치하에서 강제로 중앙아시아로 재이주를 했던 한인들로 거슬러 간다.

그제 방영된 다큐멘터리 안현수, 두 개의 조국, 하나의 사랑은 21세기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삶을 통해 시청자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국내에서 한물간 선수로 취급받다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 선수와, 그가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아내 우나리. 방 하나짜리 선수촌 숙소에 신혼 보금자리를 꾸민 부부의 절절한 사랑이 누리꾼 사이에 화제다. 운동을 계속하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온갖 고난을 딛고 러시아 쇼트트랙의 영웅이 된 남편, 비좁은 화장대와 세면대에서 밥 해먹고 설거지하며 묵묵히 그를 뒷바라지했던 아내, 둘은 사랑의 위대한 힘을 일깨워 준다.

안 선수의 이주는 역사적 아픔에서 비롯된 과거의 디아스포라와는 다르다. 하지만 러시아로 떠나기 전날까지도 가지 않을 수만 있다면 가지 않고 싶다던 그를 머나먼 타향살이로 등 떠민 것은 승부 조작에 파벌 싸움으로 얼룩진 한국 체육계의 못된 행실이었다. 자의 반 타의 반 새 조국을 얻은 뒤 그곳에 어렵사리 뿌리내리는 동안 이들이 흘려야 했던 눈물에 오늘날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초상이 그대로 담겨 있다.

고 미 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