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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특사, 러시아에 실용외교 보따리 들고 가라

윤상현 특사, 러시아에 실용외교 보따리 들고 가라

Posted May. 08, 2015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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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러시아는 종전 70주년을 맞아 대조국전쟁(독소전쟁의 러시아식 표현) 전승기념절 행사를 개최한다. 약 3000만 명으로 추정되는 큰 희생을 치르며 전 세계를 나치 독일의 침공에서 구해냈다고 믿는 러시아에선 그만큼 의미가 큰 행사다.

한국은 이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 대신 윤상현 대통령정무특보를 특사로 보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제재를 받고 있고 대다수 서방국가가 불참하는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다.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대사는 지난달 한국 기자들을 만나 박 대통령이 일정 때문에 불참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 결정에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정통한 러시아 소식통은 크렘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한국 특사의 면담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특사의 방러 자체를 반대하겠다는 선언까지 하려 했다고 심각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박 대통령 불참 결정 이후 한국과의 핵심 협력 사업 일부에 대해 이유 없이 어깃장을 놓아 사업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최근 한국 정부는 과거사 대처 등 대일 외교 난맥상으로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대미, 대일 외교라는 뜨거운 이슈에만 빠지면 다른 주요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한 중견 외교관은 냉전 시절에 비해 쇠락했지만 러시아는 세계지도를 펴놓고 미국과 경쟁하던 나라라며 방코델타아시아(BDA) 대북 금융제재 해결 때 중앙은행을 동원해 미국과 중국의 고민을 해결해준 것처럼 러시아는 결정적일 때 한 방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번 신실용외교 시리즈를 통해 한국 정부가 틀에서 벗어나 주도적으로 상황을 타개하는 외교를 펼치라고 주문했다. 이는 대일 외교만 신경을 쓰라는 건 아니었다. 지금껏 일본의 과거사 언급을 기다리다가 뒤늦게 비난하기만 하는 리액티브(반응) 외교로 난맥상을 자초한 게 아니었던가. 과감하고도 능동적으로 판을 만들지 않으면 제2, 제3의 외교 난맥상은 되풀이될 수 있다.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