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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정부 기념식 올해도 반쪽

Posted May. 17, 2014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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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4주년을 맞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결국 파행을 빚게 됐다. 국가보훈처와 5월 단체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를 놓고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5월 단체가 518 기념식 불참을 선언하면서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요구하는 이유는 이 노래가 518을 대표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5월 27일 전남도청 진압작전 때 희생된 윤상원 씨(당시 30세)와 1978년 노동운동을 하다 숨진 박기순 씨(당시 23세)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곡이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당시 전남대 학생이었던 김종률 씨(56제이알미디어 대표)가 곡을 쓰고 소설가 황석영 씨가 백기완 씨의 시 묏비나리를 빌려 가사를 만들었다. 그 후 이 노래는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를 통해 전국으로 확산됐고 1980년대 민주화운동세대의 정서를 대변하는 곡으로 자리 잡았다.

임을 위한은 그동안 518 기념식에서 꾸준히 불려왔다. 1997년 518 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승격된 뒤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불렀다.

그러나 2009년부터 합창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을 위한의 공식 기념곡 지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됐지만 국가보훈처는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다 최근 기념곡으로 지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국가 기념식 행사에서 기념일과 동일한 제목이 아닌 노래는 제창이 아닌 합창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518 유족회, 부상자회, 구속자회 등 518 관련 단체들은 정부 주관 기념식 보이콧을 결정했다.

임을 위한의 작곡가 김종률 씨는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노래는 그동안 518을 상징하는 곡이었다. 군부 정권의 탄압에도 끈질기게 불려왔던 노래를 정부는 무엇이 두려워 막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가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의 제창을 않기로 한 것과 관련해 18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리는 정부 주관 기념식에 불참하기로 했다. 그 대신 오전 11시 같은 장소에서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와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별도의 참배 행사를 열기로 했다.

광주=정승호 shjund@donga.com / 배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