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세계를 뒤덮었던 먹구름이 지금 동북아시아로 몰려온다. 1914년 사라예보에 울린 두 발의 총성에 산업혁명으로 싹튼 풍요와 테크놀로지, 세계화는 돌연 정지했다. 대영제국의 쇠락, 후발 산업국인 독일의 급부상과 군사력 증강, 내셔널리즘의 고조 등이 1차 세계대전으로 폭발한 것이다. 유럽은 또 한번의 세계대전을 치른 후에야 유럽연합(EU)을 통해 평화를 찾았다.
지금 세계는 유럽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갈등해소 장치 없이 힘과 힘이 맞부딪히는 동북아 정세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대공부부 암살 사건이 유럽 열강이 대거 참전한 1차 대전으로 이어졌던 100년 전과 오늘날의 동북아 정세를 비교하는 것을 비관론자의 시각이라고 치부할 수만도 없다. 1914년 1차 대전의 방아쇠를 당겼던 세르비아의 역할을 핵을 가진 북한이 할 수도 있다고 미국 하버드대 역사학자인 니얼 퍼커슨 교수는 경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베이징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서해를 평화협력 우호의 바다로 만들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중국은 반년도 안돼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일방 선포했다. 대국굴기(굴), 강자가 약자를 겁주어 굴복시키겠다는 힘의 외교가 올해는 더욱 강한 영토분쟁을 촉발할 수도 있다.
전쟁할 수 있는 국가를 노골적으로 내세운 일본의 퇴행적 폭주가 거침없다. 국수주의자아베 신조 총리는 집단자위권 행사를 더 과감히 추진해 군사력을 키울 것이다. 출범 3년차의 북한 독재자 김정은은 전쟁은 광고를 내고 하지 않는다고 대남 협박을 했다. 경제난에 따른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내수용()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같은 경제통합이 속도를 낸다면, 동북아는 유럽을 능가하는 협력의 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 유럽 강대국 틈새에 경상남북도만한 크기로 끼어있는 벨기에가 최소한 강대국의 침략을 받지 않기 위해 유럽연합(EU)본부를 유치하고, 강소국()으로 거듭난 경험을 배울만하다.
엄혹한 동북아 정세 속에 나라 안의 정쟁은 부질없다. 굳건한 한미동맹과 긴밀한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토대 위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여야가 손을 맞잡아야만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다. 자강()과 세력균형 외교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에겐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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