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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상위20% 남성, 하위20%보다 9.1년 더 산다

소득 상위20% 남성, 하위20%보다 9.1년 더 산다

Posted November. 05, 2013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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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수준에 따른 수명 격차가 예상보다 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소득수준이 상위 20%인 남성은 하위 20%보다 9.1년이나 오래 살았다. 남성보다 평균적으로 오래 사는 여성도 고소득자의 수명이 저소득층에 비해 3.6년 길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강영호 서울대 교수팀이 20022010년의 건강보험 가입자 1200만 명 중 연령 소득 질병 등에 대표성을 띠는 100만 명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연간소득, 건물, 토지, 전월세금, 자동차 등 건보료 부과의 근거 자료를 이용해 소득을 파악한 뒤 0세를 기준으로 남은 수명(기대여명)을 비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건강보험 남성 가입자 중 소득 상위 20%의 기대여명은 77.0세로 평균(72.6세)보다 4.4년 더 길다. 소득 하위 20%는 67.9세로 평균보다 4.7년이나 짧다.

차이는 남성보다 작지만 이런 경향은 여성도 마찬가지였다. 여성 소득 상위 20%의 기대여명은 82.6세로 평균(81.1세)보다 1.5년 길다. 하위 20%는 평균보다 2.3년 짧은 78.7세였다.

소득 상하위 계층 간 수명이 10년 가까이 차이난다는 점은 의료 격차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강영호 교수는 통상 남북한 평균수명 격차가 12세, 미국 흑인과 백인 간 수명 차가 46세 정도임을 감안하면 건강 불평등이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72.6세)과 여성(81.1세)의 평균 기대여명이 8.5년 벌어진 데 대해 김진명 고려대 교수(사회학과)는 한국은 아직 남성이 생계를 책임지는 비율이 높다. 뿐만 아니라 남성은 스트레스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저소득층 남성은 가족과의 단절이 심해 이런 요인들이 성별, 소득별 수명 격차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차이는 건강보험 가입유형에 따라 비교해도 마찬가지였다. 남성은 직장가입자의 기대여명이 74.8세로 지역가입자(71.8세)보다 3.0년 길었다. 직장가입자가 안정적인 급여를 받는 반면에 지역가입자에는 농어민 자영업자 등 다양한 계층이 섞인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빈곤층에 해당하는 남성 의료급여 수급자의 기대여명(55.0세)이 직장가입자보다 19.8년이나 짧다는 점이다. 여성 의료급여 수급자(71.6세)와 직장가입자(82.2세)의 격차도 10.6년이었다. 국내 의료급여 수급자의 기대여명은 북한의 평균수명(남 61.5세, 여 71.9세)보다 낮았다.

윤석준 고려대 의대 교수는 중증질환 전 단계에서의 관리가 기대여명과 큰 연관이 있다. 저소득층은 돈을 아끼려고 병의원을 적게 찾으려다가 병을 키우는 경향이 있다. 건강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로 드러난 만큼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의료급여 수급자가 동일한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수명 격차가 20년까지 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건보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 분야에서 의료 격차가 상당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