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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과 격려사이 화력 쑥쑥 여긴 만화계 태릉선수촌

경쟁과 격려사이 화력 쑥쑥 여긴 만화계 태릉선수촌

Posted August. 05, 2013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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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들은 원미구 상동의 진흥원 내 만화비즈니스센터(130명)와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원미동 만화창작스튜디오(170명)에 입주해 작업을 한다. 출판만화, 웹툰, 학습만화, 캐릭터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를 고루 선별해 뽑았다. 전설의 주먹, 목욕의 신, 피터 히스토리아가 여기서 만들어졌다.

웹툰 닥터 프로스트의 작가 이종범 씨(31)는 2008년 여름 무릎 아래까지 침수된 서울 합정동 작업실에서 만화를 그렸다. 마감에 쫓긴 터라 감전 위험 속에서 작업을 해야 했다. 2009년 이곳에서 꿈에 그리던 작업실을 얻었다. 그는 이곳을 만화계의 태릉선수촌이라 불렀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한곳에 모여 운동하면 종목이 달라도 보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게 있죠. 모여 있는 것만으로 자연스레 테크닉을 전수하며 상향 평준화가 이뤄집니다.

웹툰 와라! 편의점의 작가 지강민 씨(34)는 작업 과정을 흔쾌히 보여 주고 노하우도 서로 공유하며 같이 크자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모여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쟁도 된다. 잘나가는 동료 만화가의 중고차가 비싼 차로 바뀌거나 옷차림이 바뀔 때 자극을 받는단다. 한 만화가는 잘 풀린 만화가는 꼭 티를 내는데, 그걸 보며 각오를 다진다고 털어놨다.

뭐니 뭐니 해도 개성 강한 만화가들이 모여 정을 나누며 사는 게 최고의 장점이다. 손이 바쁠 때 일감이 몰리면 손이 비는 옆방 만화가에게 나눠 준단다. 돈 되는 일감 정보뿐 아니라 만화가를 등치는 블랙리스트 업체도 서로 알려 주며 추가 피해를 막는다.

캐릭터 이야기군&뭉크의 작가 한성민 씨(38)는 만화가들은 고립된 곳에서 일하다 보니 더 밖으로 안 나가게 되는데, 모여 작업하는 이곳이 유일하게 사회성을 키워 주는 곳이라고 했다. 웹툰 갓 오브 하이스쿨의 작가 박용제 씨(32)는 나를 찾아온 팬이 다른 작가도 좋아하면 데려가서 소개해 준다. 다른 작가가 내 작품을 좋아하는 팬을 데려올 땐 의욕이 더 솟구친다고 말했다.

만화선수촌 입소는 쉽지 않다. 빈자리가 생겨도 34 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기존 입주 만화가도 2년마다 작품 결과물과 지역사회 기여도를 평가받아 낮은 점수가 나오면 퇴소해야 한다. 만화가를 도와주는 전담 변호사와 회계사도 있고, 일감을 따오는 코디네이터까지 있다. 다만 부천시가 운영하다 보니 주간에만 냉난방이 가동돼 야간에 주로 작업하는 만화가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입소 8년차로 고참 격인 광폭난무의 작가 임석남 씨(42)는 이곳이 어느새 예비 만화가들에겐 꼭 들어가야 할 꿈의 공간이 됐다. 언젠가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떠날 텐데, 이곳이 많이 그리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천=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차정윤 인턴기자 이화여대 한국음악과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