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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항공사고, 기체-시설문제도 조사해야

샌프란시스코 항공사고, 기체-시설문제도 조사해야

Posted July. 26, 2013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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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항공운송협회 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기 사고는 250만 비행 횟수 중 1회에 그쳤다. 이는 항공기가 인류가 만든 운송 수단 중 가장 안전한 수단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항공기 사고는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고 원인을 철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제대로 된 사고 분석을 위해서는 모든 항목을 다 펼쳐 놓고 사고와 연결된 요소나 항목을 찾아야 한다.

영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리즌의 스위스 치즈모델은 이러한 항공사고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는 이론이다. 이 모델에 따르면 사고는 어느 한 단계만의 실수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심각하지 않은 사건들의 연속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즉, 항공사고는 조종사의 과실, 공항시설의 미비, 항공기의 결함, 관제사의 부주의 등 여러 단계의 실수가 합쳐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데버러 허스먼 위원장도 당초에는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데 1년 넘게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11일(현지 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살펴본 결과, 엔진과 자동항법장치, 비행지시기, 오토스로틀(자동출력장비)의 작동에서 비정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발생부터 시종일관 기체 결함이나 이상은 없고, 조종사 과실에 무게를 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미국 언론은 한술 더 떠 조종사들의 이름까지 조롱하며 조종사 잘못이라고 했다.

게다가 국내 일부 매체가 사고기를 조종한 부기장이 보잉777 운항경력이 50시간도 되지 않음을 강조하며, 조종사의 조종경험 부족으로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 보도하였으나 이는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다. 조종사들에게 기종 변경은 빈번한 일이며, 전 세계적으로 기종 변경 절차는 많이 다르지 않다. 특히 한국의 항공안전은 2008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평가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은 바도 있다.

미 NTSB가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하지 않은 항공기 결함, 열악한 공항 현실 등 항공기 운항과 연관된 다양한 요소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최신 항공기는 성능이 우수하고 비정상에 대비하는 다양한 대책들이 있으나 최근 보잉사의 잇따른 사고를 보면 기체결함을 완전히 배제할 수만은 없다. 게다가 각국의 조종사협회가 언급하였듯이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조종사들에게는 이미 악명 높은 공항이다.

일반적인 활주로 대비 안전지대(안전한 착륙을 위한 여유 부분)가 턱없이 짧았다는 점과 자동착륙유도장치(Glide Slop)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사고 발생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인간이 만든 절차, 규정, 법은 완벽한 것이 아니다. 이 모든 상황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여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것은 미국의 공항당국도 NTSB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이중 어느 하나라도 예방할 수 있었다면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가슴 아픈 일이지만 정확한 원인 조사를 통해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사고 조사의 목적이다. 그것이 사고로 희생된 승객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