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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몸 속 암유발 유전자 변이, 100만원이면 훤히 들여다본다

내몸 속 암유발 유전자 변이, 100만원이면 훤히 들여다본다

Posted July. 19, 20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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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갑자기 유방 절제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다. 유방암으로 모친을 잃은 졸리는 브라카란 유전자 검사 결과 자신도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내린 결정이라서 더욱 주목받았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유전자 검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족 중 암에 걸린 이들이 있는데, 유전자 검사를 해봐야 하는지 병원에 문의하는 이도 많아졌다는 후문이다. 최근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검사 비용이 수백만 원대로 낮아진 것도 관심이 집중된 이유 중 하나다.

진화하는 유전자 분석 기술

2003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료된 후 10년간 유전자 분석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 결과 미국 국립보건원은 2007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술을 완성했다.

NGS는 30억 개에 달하는 인간의 염기 서열을 일렬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체를 무작위로 잘라 낸 뒤, 이를 집합체로 만들어 빠르게 해독하는 기술이다. NGS를 통해 분석한 염기서열을 인간게놈프로젝트로 완성된 유전자 지도와 비교해 특이 유전자를 찾아낸다.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 김태형 본부장은 NGS 기술을 바탕으로 유전체를 빠르게 절편하는 초음파 기술과 염기 서열을 빠르게 읽어 내는 초고해상도 카메라, 이를 빠르게 분석하는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저렴해졌다며 현재 약 2000만 원이 필요한 분석 비용이 내년 중반 이후면 200만300만 원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갈 길 먼 한국 유전자 분석 비즈니스

바이오 기업 테라젠이텍스가 유한양행과 함께 올해부터 서비스하는 암 유발 유전자 변이 분석 기술 온코믹스는 비용이 100만 원 수준이다.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46개의 변이 유전자를 분석해 문제를 일으킨 변이 유전자만 잡아 내는 표적 항암제를 투여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국내 병원들도 적극적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삼성유전체연구소를 최근 설립하고 개인의 유전체 분석을 바탕으로 한 개인별 맞춤 암 치료를 목표로 세웠다. 지난해 말 서울아산병원도 유전체맞춤암치료센터를 국내 처음으로 설립해, 미국 하버드대 의대와 함께 개발한 암 관련 유전자 변이를 분석하는 한국형 온코맵 기술로 표적 치료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유전자 분석 시장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암 유전자 분석 비용은 상대적으로 싸졌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더군다나 유전자 검사와 관련된 일체의 행위가 의료 행위로 제한돼 있어 병원을 통하지 않고서는 유전자 검사를 하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암 유전자 분석 기업 파운데이션 메디슨이나 구글이 투자해 화제가 된 유전자 분석 벤처 23앤드미 등이 자유롭게 개인을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여기에 117개 검사기관 중 15% 정도는 평가 결과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보건복지부의 평가 결과가 나와 유전자 분석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상태다.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 벤처나 병원들은 오랜 기간의 노력으로 언제든지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지만 각종 규제 등 걸림돌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기자 min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