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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론조사 단일화, 제비뽑기보다 나을 게 없다

[사설] 여론조사 단일화, 제비뽑기보다 나을 게 없다

Posted November. 01, 201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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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안철수 간의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 방식으로 10년 전 노무현 정몽준 후보 간에 이뤄졌던 여론조사 방식이 배제되지 않고 있다. 전례도 있다 보니 그게 손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여론조사가 과연 대통령이 될지도 모를 후보를 압축하는 방식으로 타당한지 다시 한번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2002년 노무현 정몽준 후보는 0.1%포인트라도 여론조사에서 이긴 사람을 승자로 한다는 룰에 따라 단일화했다. 그리고 조사대상에서는 이회창 후보 지지자를 제외했으며, 질문은 노-정 후보 중 누가 단일후보가 되는 게 좋으냐는 것이었다. 요컨대 단일화 후보 선호도를 물은 것이다. 지금 이 방식을 적용한다면 10월말 현재까지의 추세로는 문 후보가 안 후보보다 높게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가 상대적으로 많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와의 경쟁에서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는지 본선 경쟁력을 묻는 여론조사로 한다면 현재 추세로는 안 후보가 문 후보보다 앞선다. 어떤 여론조사 방식을 택하느냐에 따라 20132018년 5년 간 국민과 고락을 함께 할 18대 대통령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기껏해야 몇 천 명 샘플로 실시하는 여론조사에 대한민국의 운명까지 맡긴다는 게 선거민주주의 정신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여론조사에서 0.1%포인트라도 앞선 사람을 승자로 하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있다. 예컨대 2000명 샘플을 조사할 경우 통계학상 신뢰수준이 95%이고 표본오차는 대체로 2.5%로 나온다. 오차범위가 2.5%란 것은 5%포인트까지의 차이는 통계학상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뜻이다. 예컨대 A 후보가 52.5%, B 후보가 47.5%로 나온다면 두 사람 간의 격차는 5%포인트인데 이럴 경우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것이 통계학적 결론이다. 따라서 여론조사에서 0.1%포인트를 이겨도 승자라는 판단은 선거민주주의 관점에서는 있을 수 없는 맹목()의 해석이요, 확인하지 못한 민의()를 확인한 듯이 제멋대로 판단하는 것이란 점에서 민의 참칭()이다. 현재까지의 여론조사 추세라면 문-안 두 후보의 단일화를 여론조사에 붙일 경우 오차범위 내의 차이만 나타나고, 이를 근거로 승패를 가를 경우 민의 참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때 민의를 참칭하고도 대통령을 만드는데 성공했으니 이번에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새 정치도, 정치 쇄신도 아닌 국민 우롱이다. 10년 전에도 국내 유수의 여론조사기관들은 여론조사 방식의 후보단일화는 옳지 않다고 해서 조사 참여를 거부해 상대적으로 군소회사들이 조사를 떠맡았다. 이런 현저한 문제점이 아니더라도 만약 민주통합당이 이 방식에 동의한다면 이는 이른바 국민경선 방식으로 100만 명을 동원해 실시한 당내 후보 경선의 의미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원초적으로 민주당이 자신들 손으로 뽑은 대선후보를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한다는 것은 정당으로서 정당민주주의에 침 뱉는 자기부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