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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복지 확대 좋지만 내 주머니서 세금 나가는 건 싫다

[사설] 복지 확대 좋지만 내 주머니서 세금 나가는 건 싫다

Posted October. 31, 2012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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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재정포럼과 한국재정학회가 한국갤럽에 맡겨 어제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는 대선 후보들이 쏟아낸 복지 공약의 뒷감당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민 10명 중 6명은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복지공약의 실현 r능성을 낮게 봤다. 대다수는 복지는 확대돼야 하고 세금도 더 내겠다면서도 증세보다는 다른 씀씀이를 줄이거나 세금 감면 혜택을 줄여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선호했다. 복지 확대에는 찬성하지만 내 주머니에서 세금이 나가는 건 싫다는 이중적 태도다.

개인의 고() 복지 저() 부담의 심리를 탓할 수는 없다. 이기심은 인간 본성이자 경제 활동의 근간이다. 사익()을 추구하는 경제 활동이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 선()이 된다는 것이 시장 경제의 원리다. 정치는 개인의 이기심과 약자를 돕는 이타심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타협을 끌어내 국부를 키우고 민생을 살찌우는 일이다. 그래서 경제와 정치는 뗄 수 없는 관계다. 대선 후보들이 귀에 솔깃한 복지공약을 남발하고 뒷감당에 관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리더로서 자격 미달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복지 공약을 이행하자면 차기 정부 5년간 연간 54조과 128조원이 각각 더 들어간다. 장밋빛 복지공약을 쏟아내던 대선후보들은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측은 예산 구조 조정과 조세 감면 축소로 연간 27조 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당장 증세 계획은 없다고 발을 뺐다. 국민 모두가 조금씩 세 부담을 더 져야 한다며 보편적 증세론을 주장했던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넓은 세원에 역행하는 간이 과세자 확대라는 주장을 들고 나와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스럽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부자 증세와 법인세율 인상 카드를 꺼냈지만 막대한 복지공약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고령화에 따른 복지 수요와 장기 불황에 대비하자면 복지 지출의 증가는 불가피하다. 대선 후보들은 얼마를 어디서 걷어 어떻게 쓸 것인지 명확히 밝히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남유럽 사태에서 보듯이 저성장 속에서 세금을 내는 사람만 내고, 대다수 국민이 보편적 복지의 그늘에 안주하면 나라 곳간이 버텨내질 못한다. 과세기반을 늘리고 탈세와 지하경제를 양지로 끌어올려야 한다. 무리하게 세율을 올리면 투자가 위축되고 소득이 지하로 숨는 것이 돈의 생리다. 땀 흘려 소득을 올리면 손해를 보는 식이라면 우수 인재와 기업들이 해외로 탈출할 것이다. 경제를 살려 세금을 내는 기업과 근로자들이 증가해야 세수가 근본적으로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