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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MB와 대선후보들, 공모제 사기극 입장 밝혀야

[사설] MB와 대선후보들, 공모제 사기극 입장 밝혀야

Posted September. 26, 2012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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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19대 사무총장 공모 절차가 그제 중단됐다. 사무총장이 사실상 내정된 상태에서 무늬만 공모제가 진행되고 있다는 본보 보도를 계기로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거부하고 지원자 일부가 사퇴하면서 더는 절차를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 심사위원은 교육과학기술부가 특정인을 사무총장에 앉히기 위해 다른 유력후보에게 사퇴압력을 넣고 있다고 털어놓았다.(24, 25일자 A1면)

본보는 이달 초 기획 시리즈 기사를 통해 공공기관장 공모제가 사실은 무늬만 공모제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정권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임을 지적했다. 본란은 금년 12월에 전광우 현 이사장 임기가 끝나는 국민연금공단에도 내정 낙하산이 있는지, 남은 임기 몇 달만이라도 제대로 된 공모제를 해볼 생각이 있는지 청와대의 생각을 물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공모한다면서 실제로는 낙하산을 내려보내려고 했다. 정부가 민동석 외교부 전 제2차관을 마음에 두었으면 그대로 임명할 일이지 공모제라는 너울을 쓰고 민 전 차관을 재정한 것은 국민 기만이다.

공공기관장 공모제는 1999년 김대중 정부 시절 기획예산처가 추천제란 이름으로 처음 도입됐다. 노무현 정권은 공모제로 이름을 바꾸며 낙하산 인사를 뿌리 뽑겠다고 공언했지만 사실상 내정 공모제였다. 현 정부는 집권 초기 주택공사 토지공사 한전 국민연금공단 등 90여 기관을 공모제 의무대상 기관으로 확대 지정했지만 매번 청와대에서 찍은 사람이 기관장으로 취임했다.

편법과 위선의 관행이 굳어지자 공무원이나 지원자 등 관련 인사들은 원래 그런 것이라며 이런 거짓 절차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차라리 인사가 잘못되면 책임이라도 물을 수 있는 임명제로 돌아가는 것이 현실적이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하지만 공기업 등 정치색깔이 없는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제대로 된 공모제를 통해 운영을 혁신토록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공모제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은 공공기관장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처럼 생각하는 대통령 등 집권세력 탓이다. 이명박 대통령,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임명제로 가든지, 명실상부한 공모제로 가든지 택일해야 한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당선된다면 공모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은 이런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구상을 밝히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