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불공정한 심판은 누가 심판할 것인가

[사설] 불공정한 심판은 누가 심판할 것인가

Posted September. 08, 2010 07:28   

中文

청와대는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별채용 과정을 처음엔 위법성의 문제가 아닌 공정성의 문제라고 했지만 치밀하게 연출된 각본이 있었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장관 딸을 특채하기 위해 외교부 공무원인 심사위원 2명은 외부 심사위원과는 달리 20점 만점에 19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주었다. 유 장관 사퇴로 덮을 일이 아니라 딸의 채용과정에 직권남용 같은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가릴 필요가 있다.

서울 이화여고에서 이 학교 교사의 딸이 교내 수학경시대회 수상 특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서울시교육청이 조사에 나섰다. 고3인 이 학생은 9등까지 수상하는 교내 수학경시대회에서 공동9등에 입상했는데 의혹이 제기돼 재채점한 결과 12등으로 밀려났다. 2011학년도 수시전형에서 교내상 수상은 당락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사항이어서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

근년에 우리사회의 각종 선발시스템이 주관식 평가로 대전환을 하고 있다. 수능 성적보다는 학생의 창의력과 잠재력을 보고 뽑는다는 입학사정관제 입시가 신호탄이었다. 입학사정관제는 외국어고 입시까지 확대됐다. 입학사정관 입시가 도입될 때 고 김수환 추기경이나 법정 스님이 입학사정관이 아닌 한 학부모가 과연 결과에 승복하겠느냐는 회의론이 제기됐다. 어제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당 회의에서 대학 수시모집에서 대학교수, 관계자들의 자제들이 불공정하게 입학한다는 얘기가 많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대학입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되다 보면 결국 시험점수만으로 줄을 세워 뒤부터 자르는 입시를 부활하자는 여론이 높아질 것이다.

공무원 채용방식에도 큰 변화가 진행 중이다. 행정고시와 외무고시를 축소하고 전문가그룹과 외교아카데미를 통해 고위공무원을 선발하는 방안이 발표됐다. 이런 방식은 점수가 아닌 사람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선진국형 시스템임에는 틀림없다.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시스템은 심판관이 공정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공정한 일처리를 위해 선발된 심판관들의 공정성은 누가 심판할 것이냐는 명제와 우리 사회가 본격적으로 마주하게 됐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사회적 자본, 즉 신뢰가 부족한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선진적인 제도라도 이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자질과 수준이 낮으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시험 점수만으로 선발하는 과거의 방식으로 일거에 되돌아가자고 주장할 일만은 아니다. 불공정한 속임수가 끼어들지 못하도록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하고 심판관들의 일탈이 없도록 감시의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