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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동산시장 비상에 손 못쓰는 비상경제정부

[사설] 부동산시장 비상에 손 못쓰는 비상경제정부

Posted July. 23, 201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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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 일시까지 예고했던 부동산 활성화 방안이 무산됐다. 20일 청와대 회의에 이어 21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을 불러 4자 회의를 벌였으나 부처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대책 발표가 무기연기됐다. 정부는 정책의 신뢰성에 스스로 흠집을 내고, 기대를 걸었던 국민은 실망감이 컸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효과를 검증해본 뒤에 대책 내놓겠다고 물러섰다. 총부채상환비율(DTI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 규제 완화에 따라 부동산 값이 얼마나 오를지, 가계대출의 부실이 얼마나 커질지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부동산 비수기라서 대책을 내놓아도 실효성이 적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비서실의 새 진용이 집 가진 사람들을 위한 정책으로 비칠 수 있는 대책을 회피한 측면도 있다고 한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가격은 유례없이 안정됐지만 거래는 마비 상태다. 6월 수도권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8000건으로 DTI 규제가 제2금융권으로 확대된 지난해 10월 2만2500건에 비해 64%가 줄었다. 서울의 강북 14개구는 73% 줄었다.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도 절반 이상이 감소했다. 수도권에서도 부동산 불패() 신화가 깨지고 미분양이 나오는 판이다. 모처럼 집값의 하향 안정세가 이어지는 건 바람직하지만 시장이 아예 죽다시피 해 이사를 제때 못 갈만큼 거주 이전이 제약을 받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부동산 비상 상황에 어떤 대응도 못한다면 1년 7개월째 달고 있는 비상경제 정부라는 간판이 무색하다. 거래 침체는 집 한 채만 가진 중산층 서민층의 삶을 위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부동산 값 안정과 거래 회복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를 바라겠지만 부동산 시장이 죽어버리면 가격 안정의 빛도 바랠 수밖에 없다. 625전쟁 이후의 베이비 부머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했고, 주택구입 인구의 감소, 젊은 세대가 집의 소유보다 거주를 선호하는 현상, 공급 과잉이 겹쳐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하향 안정세가 장기화한다면 실거래자의 매매가 막히지 않도록 규제의 물꼬를 터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에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는 주택당국과 금융당국의 힘겨루기로 보였다. 경제정책팀장 격인 윤 재정부 장관이나 백용호 대통령정책실장이 조정력을 발휘하지도 못했다. 비상경제정부가 이름값을 하려면 국민이 가려워하는 곳을 제때 긁어줘야 한다. 이사를 위해 집 한 채를 팔고 사는 1가구 1주택자에게까지 무거운 양도세를 물리는 등 부동산세제의 무리한 부분에 대한 정책 수정도 적극 검토할 때라고 우리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