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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첩보원사전엔영호남사투리-일군정보빼곡

러첩보원사전엔영호남사투리-일군정보빼곡

Posted March. 01, 201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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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러시아, 일본, 청나라 등 열강이 조선을 차지하기 위해 비밀리에 첩보원을 파견하고, 국제 여론을 우호적으로 돌리기 위해 치열한 선전전을 펼쳤음을 보여주는 러시아 측 자료가 처음 발견됐다.

치밀한 정보 수집

전남대 세계한상문화연구단(단장 임채완)은 28일 러일전쟁 당시 조선에서 은밀하게 활동했던 러시아 첩보원들을 위한 러한사전을 동아일보에 공개했다. 이 사전은 당시 조선에 암약한 러시아 첩보원들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연구단이 최근 러시아에서 입수했다. 사전은 밥을 달라는 말을 전라도, 경상도 사투리로 표현할 때 발음하는 것을 러시아어로 설명하고 있다. 또 일본군 무기체계나 부대 구성도, 일본군 배치 상황 등 각종 군사정보 내용도 담고 있다. 러시아 총참모부가 1904년 발행한 것으로 세로 10cm, 가로 15cm 크기 40쪽 분량의 휴대용 책자다. 사전은 러시아가 조선의 식민지화를 위해 철저하게 전쟁 준비를 했던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단은 1904년 러시아에서 발행된 러일전쟁 우편엽서 4장도 함께 소개했다. 엽서 앞면에는 군사작전을 위해 평양성 앞에 운집해 있는 일본 군대나 대동강, 압록강에서 강제노역을 하는 조선인, 당시 서울 풍경이 실려 있다. 엽서 뒷면은 러시아어나 프랑스어로 인쇄된 우편엽서 내용이 적혀 있다. 연구단은 1912년경 조선인을 찍은 컬러 사진 5장도 공개했다. 이 사진들은 독일에서 당시 발행된 인류학 책에 실렸다. 흑백사진에 색깔을 칠한 것으로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것이라고 연구단은 설명했다.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당시 열강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식민지 쟁탈전, 풍자된 대원군 캐리커처

연구단은 청일전쟁 당시 열강들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기 위한 일방적 논리를 소개한 116년 전 러시아 신문도 내놓았다. 당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행된 노보예 브레먀라는 신문으로 타블로이드 판형(가로 26cm, 세로 37.5cm)이다. 1894년 7월 9일자, 23일자와 1895년 10월 14일자, 21일자다.

한국의 전쟁(청일전쟁을 지칭)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기사는 일본과 청나라가 조선을 차지하기 위해 내놓은 논리를 소개하고 있다. 일본은 당시 4세기 조선에 진출해 지배(임나일본부설)했고, 임진왜란 당시 17일 만에 조선 땅을 점령한 적이 있는 만큼 자신들이 조선을 지배해야 한다고 세계 각국에 주장했다. 청나라는 13세기 조선은 자기들 땅이었고(원나라의 고려 침략을 지칭한 듯) 임진왜란 당시 중국 장수가 전쟁을 했으며 해마다 조공을 바치고 왕 승인도 받아 자신들의 속국이라고 강조했다.

또 조선에서 청일전쟁이 나 유럽 열강이 관심을 갖게 됐다며 3년 전 내란(임오군란)이 발생했으나 조선이 스스로 제압하지 못해 청나라와 일본군대가 조선 땅에 들어갔다는 러시아 측 분석도 담았다. 이 신문에는 대원군 캐리커처를 비롯해 10여 장의 세밀화를 싣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진 대원군 캐리커처는 당시 조선을 바라보는 열강의 일방적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홍영기 순천대 역사학부 교수는 이번에 나온 자료들은 조선은 개혁을 통해 근대화를 꿈꿨지만 열강은 조선을 마지막 식민지로 보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인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며 당시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고 현대의 거울로 삼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형주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