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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갇힌 미얀마 민주화의 꽃

Posted August. 12, 200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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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64사진)가 또다시 1년6개월 동안 가택연금을 당하게 됐다. 미얀마 특별법정이 11일 가택연금 규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수치 여사에게 징역 3년과 강제노동을 선고한 직후 군정 최고지도자인 탄 슈웨 장군이 형량을 1년 6개월로 낮추고 교도소 수감 대신 가택연금으로 대신하도록 명령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탄 슈웨 장군은 이날 내무장관이 법정에서 낭독한 감형 결정문에서 미얀마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감형한다. 수치 여사가 미얀마의 독립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딸이라는 점도 감안했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정이 이처럼 형량을 낮춘 것은 수치 여사가 내년에 실시되는 총선에 참여하지 못하게 막으면서도 관대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국내외의 압력과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수치 여사의 집에 잠입했던 미국인 존 예토 씨(53)에게는 징역 7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재판이 끝난 뒤 수치 여사는 법정을 찾은 외교관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미얀마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모두 함께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택연금 명령에 따라 수치 여사는 이날 양곤의 자택으로 돌아갔다.

올해 5월 초 예토 씨가 수치 여사의 자택에 잠입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미얀마 군정은 같은 달 14일 수치 여사를 체포해 양곤 근처 정치범 수용소인 인세인 교도소에 수감한 뒤 교도소 내에 특별법정을 만들어 재판을 진행해왔다. 수치 여사가 1988년 민주화운동에 뛰어든 이후 군정은 세 차례에 걸쳐 약 14년간 그를 연금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이번 재판은 내년에 실시될 총선까지 수치 여사를 연금시키려는 미얀마 군정의 계략이라고 보도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판결 소식을 들은 뒤 슬프고 화가 난다. 이 재판은 완전히 정치재판이며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미얀마에 제재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긴급 회담을 열어 이번 사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얀마 군부는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민족동맹(NLD)이 1990년 5월 실시된 총선에서 495석 중 392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자 선거 무효를 선언한 뒤 수치 여사를 가택 연금했다. 이런 뼈아픈 경험을 겪은 군정은 수치 여사를 연금하지 않는다면 20년 만에 실시되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장택동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