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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동과 깃털

Posted November. 18, 2016 07:17   

Updated November. 18, 201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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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인도, 아프리카 국가 관료 3명이 모였다. 모두 분에 넘치는 집을 갖고 있었다. 고속도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중국 관료는 공사비를 부풀렸고 인도 관료는 부실공사로 착복했다. 아프리카 관료는 삽도 뜨지 않을 고속도로계획을 만들어 사업비를 통째로 뜯어먹었다. 3년 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런 일화로 관료사회의 부패상을 꼬집었다. 지금이라고 다를까. 그리고 한국이라고 예외일까. “통치에 있어 불의를 허용하는 나라는 공동체로서 기능하지 못할 뿐 아니라 파괴될 것”이라는 플라톤의 경고가 섬뜩하게 들린다.

 ▷관료집단이 마피아처럼 뭉쳐 있는 한국에선 대형 비리가 터져도 관료는 몸통 뒤로 빠지며 깃털 행세를 한다. 그러니 부패가 안에서 썩는다. 공공기관과 로펌의 고위직 중에 징계 전력이 있는 전직 공무원들이 한 트럭이다. ‘영혼 없는 관료’라는 말은 어떤 상황에서든 정권의 비위를 맞추는 카멜레온 같은 집단의 속성을 의미한다. 공무원들은 벌써 박근혜 정부 이후를 대비 중이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어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그는 좌파영화 딱지가 붙은 ‘광해’ 등을 만든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그냥 쉬라는데요. 그 이상 뭐가 필요하십니까”라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돼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조직폭력배 중간 보스 같다. 자기도 창피했는지 “경제수석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라고 포장했지만 그 자체가 망언이다. 그는 2013년 증세 파동 당시 “거위 깃털을 빼내는 식으로 세금을 거두는 것”이라고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실언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지금 보니 원래 가벼운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올 7월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파면될 때만해도 일개 관료의 사소한 잘못 정도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조 수석의 몰락이 관료집단에 던지는 메시지는 다르다. 행시를 패스한 실력자들이 정권에 적당히 충성심만 보여주면 평생 철밥통을 끌어안고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조 수석이 충성을 넘어 스스로 공범이 돼버린 대가다.



홍 수 용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