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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용 북외무 방미 앞두고 ‘비핵화’ 전제 강조한 케리 미국무

이수용 북외무 방미 앞두고 ‘비핵화’ 전제 강조한 케리 미국무

Posted April. 13, 2016 07:21   

Updated April. 13, 2016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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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1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면 한반도 평화협정과 불가침 조약을 논의할 수 있고 경제적 지원과 국제사회 복귀를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비핵화를 조건으로 모든 사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북이 주장하는 핵보유국을 인정하는 전제로 한 대화와는 거리가 멀다.

 케리 장관의 발언이 다음 주 리수용 북한 외무상의 방미를 앞둔 시점에 나온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리 외무상은 2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지속개발가능 고위급 토론참석을 추진 중이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이후 북 고위급 인사의 첫 외교 행보이며 유엔 실무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1991년 유엔 가입 이후 처음이다. 국제사회의 전면적인 대북제재 압박에 직면한 북한이 대화 쪽으로의 국면 전환에 나설 가능성도 엿보인다.

 하지만 케리 장관은 “모든 것은 북한에 달렸으며,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응하겠다는 결정을 해야만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선(先)비핵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2270호)에 담지 못한 조치도 이행할 수 있다”고 밝혀 미국이 독자적인 대북 제재의 강도를 높일 수 있음을 경고했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채찍과 당근의 병행이다. G7 외무장관들도 회담 때 북의 핵실험과 탄도 미사일 발사를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그동안 미국은 핵 활동 동결과 과거 핵 활동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신고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북은 4차 핵실험 이후 협상과 대화를 말하면서 뒤로는 도발을 준비하는 이중전략을 구사했다. 김정은은 지난달 11일 “지상, 공중, 해상 임의의 공간에서 핵 공격을 가할 수 있게 준비하라”며 국제사회를 상대로 핵 불장난 으름장을 놓았다. 지금 김정은 체제는 체제 내 엘리트 상층부까지 심각한 동요와 균열 현상이 감지된다. 북이 진정으로 “협상만이 근본 해결책”(북한 담화)이라고 생각한다면 주저 없이 비핵화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협상의 문을 열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허문명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