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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가3세 정일선 사장의 노비문서같은 갑질 매뉴얼

현대가3세 정일선 사장의 노비문서같은 갑질 매뉴얼

Posted April. 09, 2016 07:56   

Updated April. 09, 2016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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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 공개된 현대오너가 3세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의 A4 100장에 이르는 수행기사 매뉴얼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매뉴얼에 따르면 운전기사는 정 사장의 운동복을 1시간 내에 초벌빨래를 해야 하며 속옷은 군대에서 접듯 세 번 각을 잡고 밴드 쪽으로 말아 올려서 개야 한다. 이건 상식적으로 운전기사가 할 일이 아니다. 이 세세한 매뉴얼대로 지키지 않을 때마다 운전기사는 경위서를 쓰고 감봉처분을 받아야 한다. 수행기사 매뉴얼이 아니라 현대판 노비계약이다.

 운전기사들은 “맞는 게 일상”이었다고 토로한다. 정 사장의 취미가 복싱이라는데 기사를 샌드백취급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폭행사실이 보도된 이후 폭행은 중지했으나 욕설과 인격비하는 여전했다. 충전이 끝난 휴대전화 배터리를 분리하지 않고, 물통을 아이스박스에 넣지 않았다는 이유로 운전기사들은 반성문을 썼다. 아무리 돈이 최고라지만 인간 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는지 개탄스럽다.

 운전기사들은 “사장님이 빨리 가자”고 하면 모든 신호와 차선과 교통 법규는 무시한 채 달린다고 증언한다. 매뉴얼에는 ‘빨리 가자는 말씀이 있을 경우 위험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신호, 차선, 과속카메라, 버스 전용차로 무시하고 목적지 도착이 우선임’이라고 빨간색 글씨로 써있다. 과태료는 회사 비용으로 처리되고 벌점은 운전기사가 받았을 것이다.

 정 사장은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넷째 아들인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대표의 장남으로 조상 덕에 경영자 자리에 오른 ‘금수저’다. 정 사장의 일탈은 미성숙한 인격이 천민자본주의를 만날 때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정 대표는 회사 창립 50주년을 맞은 지난 7일 비전 선포식에서 “새로운 비전을 수립하는 동안 우리 회사의 핵심은 ‘고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가장 가까이서 일하는 직원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고객을 동반자로 챙기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