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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한화발초대형 빅딜, 재계 구조개혁 신호탄 되나

삼성-한화발초대형 빅딜, 재계 구조개혁 신호탄 되나

Posted November. 27, 2014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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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방위사업 및 정유화학 부분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1조9000억원에 매각했다. 두 그룹의 기업 인수합병(M&A)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로 정부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이번 M&A로 한화는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에서 매출 1위로 도약하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사업을 키울 수 있고, 삼성은 전자 금융 건설 사업에 주력하는 구조조정을 이루는 호기를 맞게 됐다.

그룹 총수의 구속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을 맞았던 한화가 김 회장의 결단으로 석유화학과 방위산업에 집중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짠 것은 의미가 있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경영 부재에 주력산업인 전자가 수익성 악화를 겪는 가운데 비주력사업을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역량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점은 평가할 만하다.

외환위기 직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서는 정부의 강권에 쫓겨 울며 겨자 먹기로 재계 간 빅딜을 했다. 당시 반도체 빅딜 명분으로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겨야 했던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금까지 전경련 회장단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정도로 후유증이 깊다. 이명박 정부에서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나선 포스코와 KT가 지금 수익성 악화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것을 보면 잘못된 경영판단에 따른 시장의 심판이 얼마나 혹독한지를 실감할 수 있다.

이번 M&A의 손익계산서를 지금 따지기엔 이르다. 한화가 2조원 투입이라는 재무적인 부담을 안고 석유화학과 방위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성공할지 여부는 합병 후 최고경영자들이 얼마나 시너지를 낼지에 달려 있다. 삼성은 비주력부문을 떼어내지 않고는 전자에서 초일류 기업의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에 몸집을 줄이는 선택을 했다.

글로벌 경제에서 업계 1위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다. 삼성과 한화라는 대기업그룹 간 자율적인 M&A는 다른 대기업들의 성장전략에도 시사하는 바 적지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영능력을 시험받는 무대에 올라섰다. 한화는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선언하고도 중도금을 대지 못해 계약금 3150억원을 날린 채 중도 포기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적자생존의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재벌도 예외가 아님을 두 그룹이 이번에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