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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천 파문의 소득

Posted April. 12, 2014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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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수사원()이라는 말이 있다. 물을 마실 때 그 물의 근원을 생각하라는 말이다. 갈증을 해소한 데 그치지 말고 우물을 판 사람을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1년 이상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다 마무리된 기초선거 무공천 파문을 지켜보면서 불현듯 이 글귀가 떠올랐다. 본질은 다르지만 이번 파문을 통해 왜 정당공천제 폐지 주장까지 나오게 됐는지 그 근원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무공천 파문을 촉발시킨 사람도, 진화한 사람도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다.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기초공천제 폐지를 먼저 공약해 다른 후보들이 따라오게 했고, 끝까지 무공천을 고집하다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순응하는 것으로 물러서 결국 철회로 매듭지었다.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얼마나 잘 알고서 그런 공약을 했는지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파란의 유일한 소득이 있다면 정당공천제를 재활용 공장에 보낼 수 있게 된 점이다.

정당공천제가 아무리 문제가 많아도 그 나름대로 존재 이유가 있다. 직업 때문인지 선거 때 집으로 배달되는 공보물을 제법 꼼꼼히 들여다보는 편이다. 같은 선거구에 사는 후보들이지만 정체를 모를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지명도가 떨어지는 기초선거 후보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나마 정당이 공천하기에 정당을 보고 투표하게 된다. 대의민주주의가 불가피한 현대사회에서 정당 공천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이유다. 물론 정당공천제에도 흠은 있다. 그러나 연장에 흠이 있다고 고쳐 쓸 생각은 않고 대뜸 버리는 것은 경솔하다.

정당들 스스로 결자해지()의 책임감을 갖고 고장을 수리해야 한다. 유권자들이 믿고 찍을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하는 건 기본이다. 국회의원의 내 사람 심기나 공천을 둘러싼 금품 거래 같은 추잡한 행태가 있어서도 안 된다. 정당이 공천을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당선자가 비리 같은 불미스러운 일로 쫓겨날 경우 선거 비용을 함께 물어내고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보증장치도 마련한다면 좋을 것이다.

이 진 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