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청와대정책실장 같은 핵심 공직자들이 뇌물을 받은 혐의가 속속 드러나면서 공직사회의 부패가 심각한 지경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정작 더 큰 문제는 대통령이 깜이 안 된다는 식으로 비리 공직자들을 역성들고 언론 보도를 오히려 공격해왔기 때문에 공직사회가 아파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무감각증()에 걸려 있다는 점이다.
전군표 국세청장은 뇌물 1억 원을 받아 구속된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서 6000만원을 상납 받은 혐의로 검찰 소환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현 부산지방국세청장을 내세워 뇌물을 줬다는 정 전 청장의 진술을 번복하도록 회유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은 세무조사 무마를 위해 건설업자와 정 전 청장을 만나게 해주고 돈을 받은 혐의로 이미 구속됐다. 그는 반성하는 빛도 없이 비리혐의를 보도한 언론사를 고소했다. 청와대 서열 3위였던 변양균 정책실장은 내연녀를 위해 나랏돈을 쌈짓돈처럼 쓰고서도 법적 대응운운하며 언론을 위협했다. 비리 공직자들이 대통령에게서 전수받은 공격적 언론대응 전략을 자신들의 비리를 감추는데 쓰고 있는 것이다. 30년 공무원 생활을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오히려 반발하던 변 전 실장은 김석원 쌍용양회 명예회장으로부터 로비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윗물이 흐리니 아랫물도 탁해졌다. 음주운전 도박 성폭력 사기 등 범죄로 형사처벌이 있었는데도 포상을 받은 공무원이 최근 2년 7개월 동안 청와대 3급을 포함해 199명이나 된다. 공직기강이 이 지경인데도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의 책임자들은 반성의 기미조차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김해시청에서 나라와 국민들께 부담을 주는 큰 사고를 낸 적은 없다고 말했다. 공직사회가 안으로 썩어가고 있는데도 우리는 크게 잘 못한 것이 없는데 언론이 문제라는 비틀어진 의식의 만연 말고 더 큰 사고가 어디 있겠는가.
이해찬 전 총리는 국정감사나 대정부질문 때 도덕적 우위에 있는 듯한 태도로 의원들과 충돌을 자초하기 일쑤였고 주요 언론사를 거명하며 내 손안에 있다는 등의 망발을 쏟아냈다. 이정우 전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은 2004년 비판언론을 겨냥해 니들은 캐라(그렇게 해라). 몇 년 뒤에 보자고 막말까지 했다. 이러고도 공직사회가 온전하면 이상하다.
과거 군사독재정권도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면 진상을 파악해 공무원을 문책하고 대책을 내놓았다. 오직 이 정부만이 언론과 야당의 감시를 트집 잡기로 몰면서 오히려 공무원들을 감쌌다. 노 대통령부터 기회만 있으면 공무원들에게 언론과 맞서 싸우라고 부추겼다. 관기()를 붕괴시킨 이런 대통령이 더는 나오지 말아야 한다. 대선 주자들은 공직사회를 포함한 공공부문의 개혁 청사진부터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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