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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나이속에 숨은 겁먹은 아이

Posted October. 11, 2006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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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가지 남성 콤플렉스는 남성이 아닌 여성들이 쓴 책이다. 저자들은 서문에서 우리는 여성의 눈으로 남성의 삶을 다시 보는 어려운 일을 시작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는데, 이들의 시도는 남성을 더는 적대적인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동반자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아울러 남성의 입장에서는 여성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이해함으로써 한국사회에서 남성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남성에 대한 설문응답을 토대로 남성 역할과 관련된 콤플렉스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였다. 책이 소개하는 남성 콤플렉스는 외면적으로는 전통적인 남성이 표방하는 강하고 능력 있는 남성을 지키려고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그 반대를 비밀스럽게 추구하려는 자아상 간의 괴리를 반영한다.

이러한 괴리는 온달 콤플렉스를 가진 남자가 겉으로는 보리쌀 서 말이면 처가살이 안 한다라고 말하면서도 기왕이면 배우자나 처가가 경제적 여유가 있었으면하고 내심 바라는 이중성에서 잘 드러난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에 따르면 인간이 타인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자신이 경험하는 세계를 부정하면 이상적인 자아상과 현실적인 자아상 간의 괴리가 생기고, 그 괴리가 심할수록 더 큰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한다. 즉, 이중적인 모습으로 사는 한국 남성들은 힘들 수밖에 없다.

영웅의 외면 속에 숨은 위축된 어린아이의 모습을 지닌 한국 남성이 전통적 가정의 해체, 평생직장 개념의 상실, 급변하는 사회의 요구라는 격랑에 맞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해 저자들은 껍질뿐인 지배 의식을 움켜쥔 외로운 남성보다 울 수 있고, 고통과 슬픔을 이야기할 수 있으며,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고, 가족에게 사랑받는 남성이 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잠정 결론을 맺는다.

이에 공감하면서 남는 아쉬움은 한국 남성이 가정과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부분에 대해 더욱 따뜻한 시각이 있었더라면 하는 점이다. 저자들은 고독한 아버지상이나 남성다움을 세태에 적응하지 못한 모습 또는 껍질뿐인 지배의식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지만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성취를 위해 매진하는 모습이 근대 한국사회를 발전시킨 원동력이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심리학자 밀러와 롤닉이 양가감정은 변화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본 것처럼 있는 그대로의 현상이 만족스럽다면 변화는 필요 없을 것이다. 남성 콤플렉스에서 드러나는 과장된 외면과 위축된 자아상 간의 괴리를 부정적인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변화된 세태에 적응하는 과정의 진통이며 그 속에 움튼 변화에의 의지를 읽는 긍정적인 시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남성이 여성과 동등하게 동반자로서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곱 가지 남성 콤플렉스는 변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강조한 의미 있는 시도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