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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금 먹는 하마 노 정부의 비전 2030

[사설] 세금 먹는 하마 노 정부의 비전 2030

Posted August. 31, 2006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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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어제 비전 2030-함께 가는 희망한국 보고서를 통해 2010년대에는 선진국에 진입하고 2020에는 세계 일류국가로 도약한다는 장밋빛 비전을 제시했다.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개도국도 2030년의 장기 국가비전을 가지고 있는데 세계 12위 경제국인 한국이 중장기 청사진 하나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다. 하지만 이 비전의 실현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고용률이 높아지고 비정규직 차별이 완화되며 노사관계도 협력적으로 바뀐다는데 어떤 경로를 밟아 그렇게 될지는 모호하다.

비전은 2010년부터 1100조 원의 막대한 추가재정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국민 1인당 매년 33만 원씩을 더 부담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세금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이 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난 통에 지갑이 홀쭉해진 국민들에게는 희망한국이 아니라 세금폭탄 예고장이다.

비전의 방향도 문제다. 3년째 성장률이 세계경제성장률에도 못 미치고 있지만 비전2030에 경제의 활력을 가져올 내용은 많지 않다. 규제완화 등을 통해 민간부문을 활성화하고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하는데 이런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외자를 끌어오려면 감세()가 필요하지만 반대방향이다.

대신 선성장 후복지의 패러다임을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동반성장으로 수정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를 두고 경제투자와 사회투자를 분리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양자가 융합되는 투자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체 재정에서 복지재정의 비중이 현재 25%에서 2030년엔 40%로 크게 올라간다. 반면 성장을 위한 투자에 해당하는 경제재정의 비중은 20%에서 10%로 뚝 떨어진다. 전형적인 코드형 비전이다. 정부는 투자를 막고 성장활력을 죽이려 작심을 했는가.

하나같이 내년 대선에서 논쟁의 초점이 될 성격이다. 정권이 바뀌면 폐기될 가능성도 크다. 정치상황 변화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그런 국가 장기비전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