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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경제 동북공정()

Posted March. 23, 200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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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최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노동신문을 통해 밝힌 것은 지난해 10월 15일이었다. 중국의 무상 원조로 평남 대안에 연간 생산 능력 640만 t 규모의 최신식 유리공장을 준공한 직후였다. 2주 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방북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중국 당과 정부와 인민에게 깊은 사의를 표한다고 깍듯이 인사했다. 이를 예사롭지 않게 본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의 중국 편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5개월이 흐른 지금 북-중 교류의 관문인 중국 단둥 등에선 중국이 랴오닝, 지린, 헤이룽장 등 동북 3성()의 개발과 연계해 북한 경제의 재건 계획을 세우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돈다. 중국의 대규모 지원이 북한을 동북지역의 실질적인 네 번째 성으로 편입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사실이라면 고구려사를 중국 역사에 포함시킨 역사 동북공정과 비슷한 일이 경제 분야에서도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작년 북-중 교역은 15억80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1년 27% 수준이던 북한의 대중() 무역의존도는 작년엔 50%로 높아졌고, 2000년까지 전무하다시피 했던 중국의 대북 투자도 5000만 달러로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원유 수입의 80%를 중국에 의존한다. 작년 중국에서 수입한 곡물은 그 전해보다 300%나 늘었다. 편입까지는 아니더라도 북한의 경제가 중국의 도움 없이는 금세 멈출 정도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금융 제재로 더욱 어려움에 빠진 북한이 당장 매달릴 곳은 중국뿐일지 모른다. 이 때문에 북한이 결국 중국식 경제개혁과 개방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럴 경우 남한의 발전상을 확실히 알게 될 북한 주민들이 과연 남북의 경제 격차를 해소할 때까지 계속 김정일 정권의 통치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북한이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개방의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