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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비판한 8·15경축사, 자긍심 키울 리더십 보여주라

‘헬조선’ 비판한 8·15경축사, 자긍심 키울 리더십 보여주라

Posted August. 16, 2016 06:48   

Updated August. 16, 2016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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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광복절 71주년 경축사에서 “우리의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며 ‘헬조선’ 류의 자기비하 풍조를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함께 살아가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의 운명이 강대국들의 역학관계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피해의식과 비관적 사고를 떨쳐내야 한다”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의 당위성도 역설했다. 백번 옳은 얘기지만 국민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다.

 박 대통령처럼 국민도 해외에 나가면 자동차 철강 선박 스마트폰 같은 우수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과 K팝 한류에 자긍심을 느낀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스마트폰처럼 우수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고, 정치인들은 K팝 스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긴 2015년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140개국 중 26위지만, 정책 투명성(123위)과 규제 부담(97위) 등 정부 경쟁력은 최하위 수준이다. 특히 ‘헬조선’이나 ‘오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세대)고 자조하는 젊은층과 소외계층이 좌절과 아픔을 이해하고 시정하는 노력을 해야 미래세대의 자포자기를 막을 수 있다.

 각종 경제수치와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악의 기록을 경신해가고 있다. 취업절벽에 부닥친 젊은이들과 그 가족의 좌절, 이로 인한 세대 갈등과 사회 불안은 박근혜 정부 들어 더 깊어졌다. 박 대통령은 “교육이 진정한 ‘기회의 사다리’가 될 수 있도록 꿈과 끼를 길어주는 현장 중심의 교육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이 정부 3년 반 동안에 어떤 ‘현장 중심의 교육개혁’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법을 불신하고 경신하는 풍조 속에 떼법 문화가 만연했다”고 지적했으나 법을 불신하도록 만든 것은 공권력의 엄정한 집행을 포기한 집행기관의 보신주의, 특권의식과 도덕적 해이에 물든 사정·사법기관 탓이 더 크다. 다수 국민에게 분노와 좌절감을 안겨준 ‘우병우-진경중-김정주’의 특권 커넥션 사태에도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는 우 민정수석이야말로 법의 불신의 조장하는 아이콘이다.

 안보·경제·국론분열의 복합 위기에 직면한 대통령으로선 국민의 자긍심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 구축을 역설해 임기 후반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을 돌파할 국정동력을 얻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 식 ‘하면 된다’라는 일방적인 호소를 들어야 하는 국민은 피곤하다. 대국민 호소 전에 먼저 야당 지도자들을 만나 호소하고,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현장에 직접 찾아가 설득에 나서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다.



박제균논설위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