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법 개정, 안보에 낀 70년 먼지 닦아낼 출발점[기고/표창원]

전 세계 국가는 생존과 번영을 위해 저마다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인해 강대국 간 경쟁 사이에서 국익을 지켜내야 할 우리에겐 특히나 안보가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1953년 제정 당시의 낡은 잣대로 21세기의 복잡다단한 안보 위협을 재단해 왔다. 형법 제98조는 간첩죄의 대상을 오로지 ‘적국’으로 한정하고 있다. 우리 법체계에서 적국은 북한뿐이다. 이로 인해 제3국을 위해 국가 기밀과 핵심 기술을 유출하거나 탈취하는 스파이를 목격하고도 간첩을 간첩죄로 처벌하지 못하는 모순 앞에서 허탈해야만 했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간첩죄 개정안은 이러한 안보 사각지대를 메울 역사적 전환점이다. 간첩죄의 적용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 및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한 것은, 이제야 비로소 우리 법이 냉전의 틀을 벗어나 무한 경쟁의 국제 질서를 반영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제 남은 것은 국회 본회의의 신속한 결단이다. 국가안보에는 여야가 없으며, 기술 패권 전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