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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심판들, ‘ABS 판정’ 은폐 논란

Posted April. 16, 2024 07:57,   

Updated April. 16, 2024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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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 김태형 감독(사진)은 14일 키움과의 경기 전 올 시즌부터 도입된 볼·스트라이크 자동 판정 시스템(ABS)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현역 사령탑 중 가장 경험이 많은 김 감독은 “ABS에 대해 현장에서는 불만이 많다. 솔직히 믿을 수가 없다”며 “(시끄러운) 말을 없애기 위해 도입된 로봇심판 때문에 오히려 논란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프로야구 경기 도중 투수나 타자가 고개를 갸웃하는 판정이 여러 차례 나왔다.

김 감독이 격변을 쏟아낸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ABS와 관련된 사건이 터졌다. 대구에서 열린 NC-삼성 경기에서 심판들이 ABS와 다른 판정을 내리고, 이 사실을 은폐하려고 한 시도가 드러난 것이다.

논란이 된 상황은 NC가 1-0으로 앞선 3회말 벌어졌다. NC 이재학이 삼성 이재현에게 2구째를 던진 순간 1루 주자 김지찬이 2루를 훔치려다 아웃됐다. 이 공은 볼로 판정됐다. 그런데 이재학이 공 3개를 더 던져 풀카운트가 된 상황에서 강인권 NC 감독이 문승훈 주심에게 볼 판정에 대해 항의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제공한 태블릿PC에는 2구째 판정이 스트라이크로 나왔다는 것이었다.

심판진은 그라운드 위에서 4심 합의를 진행한 뒤 NC의 어필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미 다음 투구가 진행돼 어필 시효가 지났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태블릿PC에 결과가 늦게 떠 NC는 뒤늦게 항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재학은 이재현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구자욱과 맥키넌에게 연속으로 적시타를 맞았고, NC는 결국 5-12로 졌다.

그런데 TV 중계화면에 논란이 될 만한 장면이 잡혔다. 4심 합의 과정에서 심판팀장인 이민호 1루심이 문 주심을 향해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 아셨죠? 우리가 빠져나갈 (방법은) 그거밖에 없는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방송을 통해 노출된 것. KBO는 해당 심판진에 경위서를 요청했다. 만약 심판들이 자신들의 오심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헌재 uni@donga.com